대전 상주인원 500여 명 가족까지 포함하면 인구 1000여명 유출 불가피
과천·대전·세종 이삿짐만 세 번…"정착했는데 다시 이삿짐 고민"

3년 전 정부대전청사 인근 아파트로 살림살이를 옮긴 중소벤처기업부 직원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그가 몸담고 있는 중기부가 세종으로 이전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주말 가족을 오래해 온 그는 두 자녀를 포함해 네 식구가 대전에 터전을 잡았다. `직장과 집이 가까워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며 대전 생활에 익숙해졌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들과 청사 인근 우수한 정주여건에 만족하는 배우자까지. 가족 모두 대전 시민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이삿짐을 꾸려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하다. A씨는 "중기부가 세종으로 이전할 경우 당분간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결국엔 세종으로 이사를 가야 할 것 같다"며 "주변에서는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이지 않냐`고 부러워하지만 일부의 이야기일 뿐 치솟는 세종의 주택가격이 더 현실적인 문제"라고 토로했다.

중앙부처 승격 3년 만에 `세종 시대`가 굳어지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대전 이탈은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한다는 지적이다. 대전 인구 유출 가속화와 거주지 이전 고민에 부닥친 직원들의 심리적 동요가 커질 수 있다. 28일 정부대전청사관리소 등에 따르면 청사에는 약 500여 명의 중기부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부` 승격 이전인 2017년(중소기업청) 당시에는 갓 300여 명을 넘었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등의 일부 업무를 이관 받아 업무 범위가 넓어지면서 조직이 비대해졌다. 이중 직원 상당수는 대전에 집을 마련해 가족을 포함해 사실상 1000-2000명이 대전 인구에 더해진 셈이다.

중기부의 `탈대전` 무게가 가볍지 않은 이유는 이 같은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동안 대전시는 세종시 성장 속도와 반비례 그래프를 그려왔다. 행정·공공기관의 세종 이전으로 인구는 줄어들고 충청권 거점도시로의 입지가 낮아졌다. 대전 인구는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대전시 인구는 146만 9099명이다. 2010년 2월 150만 명을 넘어선 대전 인구는 2014년 7월 153만 634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했다. 매달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씩 줄었다.

세종시로의 인구 유출이 결정타다. 지난해 대전 인구가 가장 많이 유출된 지역은 세종시로 총 2만 314명의 대전시민이 세종시로 이삿짐을 꾸렸다. 같은 기간 세종에서 대전으로 유입된 인구가 7032명뿐인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중기부의 세종 이전은 마이너스 곡선이 완연한 대전 인구 감소의 기울기를 더 가팔라지게 만들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 저해 논란을 초래한 중기부 세종 이전이 대전시에게는 더욱 뼈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과천청사에서 대전, 세종으로 이어지는 잦은 기관 이전이 가져올 직원들의 피로도도 간과할 수 없다. 중기부 내부에서는 `대전 잔류`를 원하는 여론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과 세종이 먼 거리도 아니고 짧은 시간에 왕래가 가능한데 충청 권역 내 이동은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등이 기관 이전 신중론의 하나다.

대전 잔류가 국가 재정의 효율적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대전청사의 한 관계자는 "인사혁신처가 세종으로 이전할 당시 50억 원 이상의 이사비용이 발생했다"며 "중기부가 잔류하면 이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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