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세종 이전과 혁신도시 빅딜 의혹… 정부 "이전 결정 따라달라"며 市 회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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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시 이전과 대전 혁신도시 지정을 놓고 청와대와 정부 차원에서 모종의 암묵적인 `빅딜`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본보의 합리적 의심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의 `대전 혁신도시 선물` 발언에 이어 청와대 한 인사가 대전 혁신도시 지정을 전제로 중기부 이전을 양해해 달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는 대전시 고위 공직자의 전언이 뒤늦게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중기부 세종시 이전을 둘러싼 이들 핵심 이해당사자들의 언급이 사실이라면 현 정부가 국정 전면에 내세우는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균형발전론은 허울뿐인 `구호`로 전락하며 대의명분과 추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점쳐진다.

서철모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28일 시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지난 8월 청와대 한 비서관과 만난 일화를 뒤늦게 소개했다. 서 부시장은 "(그 비서관이) 대전 혁신도시 지정에 대해 다른 지역들이 반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면서 "중기부 이전과 관련해선 정부가 정책결정을 하면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당시 오간 대화를 전했다. 이어 서 부시장은 "그런 얘기를 하기에 (내가) 혁신도시와 중기부 이전은 별개의 문제다. 연결시키지 말아달라고 그 자리에서 말했다"고 부연했다.

서 부시장의 전언을 종합하면 청와대 한 비서관이 대전 혁신도시와 중기부 이전을 동일선상에 두고 타 지자체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혁신도시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중기부를 품고 있는 대전시는 대승적으로 중기부 세종시 이전 추진을 수용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통 큰 거래`를 제안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또 중앙행정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정책 모두를 최종 조율·결정하는 청와대와 이전을 강력히 희망하는 중기부 등 정부 관계부처 사이에서 사전교감 없이 이 같은 빅딜 구상안이 가능하겠느냐는 의혹 역시 제기될 수 있다.

대전 혁신도시 지정과 중기부 이전 움직임은 시기상으로도 묘한 선후관계를 갖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대전 혁신도시 지정안건을 심의 요청해 의결된 건 이달 8일이었고, 그로부터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은 16일 중기부는 `비공개`로 행정안전부에 세종 이전 의향서를 제출했다.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골자로 한 혁신도시를 대전에 조성해 전국 기존 10개 혁신도시처럼 인구 유입과 산업·경제의 성장을 구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만발할 때 중기부 탈(脫)대전 카드를 내밀어 지역 반발의 상쇄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박영선 장관의 발언을 더하면 `대전 혁신도시-중기부 세종 이전`의 빅딜 의혹은 완성된 퍼즐 형태를 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장관은 이전 의향서 제출 열흘 후인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전에 혁신도시라는 굉장히 큰 선물을 했다. 대전 혁신도시 지정에 찬반이 많았는데 중기부 장관으로서 찬성의견을 강하게 냈다"며 "대전 혁신도시라는 큰 그릇을 만드는데 서로 협력해서 윈-윈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장관 자신이 대전 혁신도시에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전시와 중기부 양측 각각의 숙원인 혁신도시 지정과 세종 이전으로 `윈-윈`하자는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전시는 서 부시장의 이날 간담회 발언에 대해 "부시장이 중기부 이전과 대전 혁신도시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라고 해명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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