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이전 터트려 놓은 터에
서울시장 보선 후보 떠올라
어느 길 가든 갈등 치유부터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영선 중기부 장관 출마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벌써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것은 정치적 몸값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이에 박 장관은 "왜 중기부에서 쫓아내려느냐"고 반응한 모양이다. 해석 나름이겠으나 무난한 워딩으로 평가된다.

반면에 대전시민들 시선으로 보면 불편해지는 접촉면이 있다. 지난 달 지역사회에 풍파를 일으킨 중기부 세종 이전 방침을 공식화하는 최고의사결정권을 행사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과 관련해서다. 중기부 이전 방침을 결론낸 박 장관이 내년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자체는 시비할 바 못 된다. 그러나 그간의 경과를 떠올리면 일체 인과관계가 없는 것일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일단 세종 이전 추진의 속행성 부분이다. 박 장관이 취임한 것은 지난 해 4월. 며칠 있으면 만 19개월을 채운다. 이 정도면 대전의 다층적 환경에 익숙해졌을 법한 시간이 흘렀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중기부 이전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일찍이 낌새와 정황이 없지 않았으나 대부분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대전은 박 장관 중기부의 내밀하면서 타이밍을 고려한 일처리 방식에 허를 찔렸다. 물론 그에 이르게 된 방심의 과실성 또한 가볍지 않다.

다음 논점은 세종 이전 명분·논리 및 합목적성. 사무공간 열악, 타부처와의 협업 등은 명분이라기 보다는 구실에 가까워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중기부 논법이 먹히면 수도권에 있든 지방에 있든 개별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세종을 `의향`하는 경우 이전의 자유를 줘야 한다는 것인데,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특정 부처의 임의적·내재적 논리가 정책가치의 보편성·안정성에 금이 가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니 중기부의 세종 이전의 합목적성도 깨지는 것이다.

부처 단위의 실거주지 변경 추진은 난제중 난제로 인식된다. 중기부의 경우 산자부 외청으로 속해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정부조직법 개편을 통해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사령탑으로 격상된 게 팩트다. 그런 중기부가 대전을 뜨는 문제는 다툼의 공간이 넓고, 그렇다면 대전과의 이해충돌의 폭과 깊이를 감안해 충분한 숙의·숙려 시간을 가진 뒤 방향성을 고민하는 게 적어도 부처 이전 프로토콜에 부합하지 않았을까.

또 하나 세종 이전 의향서 제출이라는 문서행위의 적실성 측면도 생경했다는 평가를 낳는다. 어느 날 행안부에 접수시킨 일이 관계법령 어디에 근거한 행정행위인지 쉽게 수용이 안 된다. 아울러 그래야만 했던 급박한 사정은 또 무엇이었는지 시민들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박 장관은 취임 2년차인 지난 달 국감 기간 중기부 본부를 이전키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 한두 달 전에는 극히 소수의 지역 정치인에게 그런 의중을 내비쳤다고도 한다. 나름 복선이 깔린 행보가 아니었을까 싶다. 와중에 박 장관은 현재 내년 서울시장 보선에 나갈 민주당 유력 후보중 한명으로 거명된다. 본선무대에 오르는 데에 실패했지만 이미 두 차례 서울시장 경선에 나섰던 전력이 있는 박 장관이다. 그런 사실에 비추어 내년 4월 보선을 패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부연하면 지난 7월 서울시장직 궐위 사태 이후 3개월 동안 중기부 이전 입장이 나온 데다, 묘하게도 이를 추동한 박 장관이 내년 보선 일정과 맞물리는 구도가 그려진다. 이를 우연으로 치부해야 하나. 어떤 인과성 프레임으로 접근한다면 억측인가.

박 장관이 본업인 정치로 회귀하는 것은 자유의지다. 단, 중기부 이전 논란을 촉발함으로써 지역민 집단정서에 반해 전선을 확대시킨 것에 대해선 결자해지의 리더십을 보여줄 책무가 발생한다. 세종 이전 카드 이면의 정치적 음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이를 외면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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