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불발됐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지난 18일 3차 회의에서도 공수처장 후보군으로 천거된 10명 가운데 최종 후보자 2명을 가려내지 못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추천위원 7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한데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비토권을 행사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한 것이다. 여야는 당장 책임 공방과 함께 공수처법 개정 여부를 놓고 충돌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연내 공수처 출범을 위해 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대체 공수처장은 누구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는 것인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20대 국회에서 공수처 관련법을 제정할 때 제1야당의 반대로 패스트트랙에 올랐음을 돌이켜보면 공수처 출범에 많은 난관이 있으리란 점은 익히 예견된 일이었다.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와 비리를 다루는 특별수사기관이라는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감안하면 공수처장 선정은 더더욱 중대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공수처 법적 출범일이 4개월이 지나도록 수장을 뽑지 못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추천위가 단번에 후보를 선정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3차 회의까지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정파적 입장을 대변했기 때문이란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추천위가 공전하다보니 민주당이 직접 나설 모양이다. 이낙연 대표는 19일 당 소속 법사위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고 올해 안으로 공수처를 출범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법에 보장된 야당의 비토권이 문제가 되는 만큼 의결 정족수를 완화하거나 국회의장이 학계 인사를 추천위원으로 지명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여당 단독으로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럴 경우 야당의 극렬 저항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시급한 민생법안과 내년 예산안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그런 무리수를 두지 않기를 바란다. 야당도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공수처장이 될 수 없다는 억지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공수처가 정치적 바람을 타지 않고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신뢰받는 수사기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추천위는 이른 시일 내 회의를 재소집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기 바란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