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시민단체가 어제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조속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10일 정세균 총리의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 발언과 관련 "1년 반 남은 임기 내에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날선 비판 입장을 취했다. 이 단체 이상선 상임대표는 "관련 연구가 끝나서 몇 가지 선택만 하면 된다"며 "정부는 지금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고 논박했다.

문제의 정 총리 발언은 눈과 귀를 의심케 할만 했다.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해 그는 "현실적으로 실행되기는 시간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이전 계획을 세워 이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에둘러 완곡 화법을 구사하기는 했지만 현 정부 임기중에 공공기관 2차 이전 계획이 없다는 게 정 총리 답변의 요지다. 내각을 통할하는 정 총리가 이렇게 말했으면 사정이 심각하다. 지금처럼 봉합 상태로 시간을 번 뒤 차기 정부에 떠넘기겠다는 계산법이 아니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듯하다. 수도권 공공기관들에 대해 2차 이전 계획을 수립해 속도감 있게 행동에 옮길 것처럼 한 게 누구였나. 민주당 지도부가 21대 총선 이전부터 시시때때로 공공기관 2차 이전 마케팅을 독점해오다 시피한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닌가. 당이 앞장서 추동할 때는 소위 `당·정·청`이라고 일컫듯이 `청·정`과의 정책 조율이 전제된다. 그런데 정 총리 워딩을 보면 수상하다. 지역민들을 상대로 바람만 잡은 채 후일을 기약하겠는 식으로 뒤로 빼는 것은 무슨 경우인가.

충청권 사정은 더 난감하다. 지난 달 8일 균발위의 대전·충남 혁신도시 심의 통과, 지난 달 29일에는 국토부가 관보에 지정 고시를 마쳤다. 대전·충남도 2기 혁신도시 클럽에 합류하는 쾌거였다. 이제는 두 곳에 담을 공공기관을 다수 이전 받아야 할 차례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힘들다고 한다. 대전·충남은 혁신도시 간판만 달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1차 수혜자인 1기 혁신도시 10곳과 대전·충남은 다르다. 공공기관 유치사다리를 걷어차버리면 따라잡을 재간이 없다. 이른바 무기대등의 원칙에도 반한다. 그러니 역지역균형발전의 섬 신세가 안 된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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