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의 사랑시.
봉주르의 사랑시.
△봉주르의 사랑시(박봉주 지음)= 현재 41년 된 시조전문지 `가람문학` 회장이며, 시조 쓰기를 27년째 해온 박봉주 시조시인이 여덟 번째 작품집을 발간했다. `봉주르의 사랑시`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로 오랫동안 불특정 독자와 소통해온 시조를 정리했다. 코로나19로 일상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SNS을 중심으로 활발한 소통을 나누고 있다. 길게는 4줄, 2줄, 1줄, 또는 한두 단어까지 짧게 쓰면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시대를 맞아 저자도 이런 추세에 맞춰 시조를 `극서정시(極抒情詩)` 형태로 써 내려간다. 그는 고리타분한 회고적 음풍농월(吟風弄月)이나 소통이 어려운 현학적인 사변의 시조를 과감히 벗어나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적 주제를 가지고 현대감각과 젊은 감각에 맞게, 그리고 유머 감각을 곁들여 공감 가는 시조집을 집필했다. 오늘의문학사·117쪽·1만 원

△모험적 독일인 짐플리치시무스(그리멜스하우젠 지음·김홍진 옮김)= 독일 바로크 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자 `문학의 원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1668년에 처음 발표된 소설(출간 연도는 1669년)로 `30년 전쟁` 중에 태어나 치열하게 전쟁을 겪어낸 저자의 경력이 곳곳에 녹아 있는 작품이다. 전쟁의 어려움 속에서 정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고, 독학으로 글 쓰는 재주를 연마한 저자는 독일 30년 전쟁의 파노라마를 그만의 독특한 풍자적이고 반어적인 어법으로 묘사해 탁월한 수작을 남겼다. 특히, 작품 속에 모자이크식으로 삽입된 각종 정보와 이론은 엄청난 양의 문헌을 출전으로 하며 저자의 가늠할 수 없는 박학다식함이 장면의 묘미를 살린다. 저자는 주인공 짐플리치우스의 입을 통해 전쟁의 잔혹함을 단호히 고발하고, 부조리한 계급을 풍자한다. 이와 함께 자기 악행을 성찰하며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교훈을 전달한다. 문학과지성사·796쪽·2만 5000원

△포터링(애나 맥거번 지음·김은영 옮김)= 저자는 빈둥거림을 뜻하는 `포터링(pottering)`을 정해진 계획이나 이렇다 할 목적 없이 무언가에 즐겁게 몰두하는 것으로 재해석한다. 여기서 `즐겁다`는 것은 편안함을 의미하고, `계획이나 목적이 없다`는 것은 자유를 뜻한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집을 온전히 누리며 무기력한 일상에 활력을 넣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법을 알려준다. 포트에 찻물 올리기, 옷걸이를 한 방향으로 걸어보기, 가나다순으로 책들을 배열하기, 가끔은 집 전화로 안부 묻기, 식물 잎사귀 먼지 쓱쓱 닦아주기, 휴대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만남 갖기, 집에 있는 팩으로 스파 즐기기 등 작은 일상이 모두 포터링이다.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상에 `포터링`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기분 전환과 소소한 즐거움에서 오는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 유영·200쪽·1만 3800원

△시작의 앎(도미야마 이치로 지음·심정명 옮김)= `오키나와`를 어떻게 사고해야 할지 지속적인 물음을 던져왔던 일본의 학자 도미야마 이치로가 프란츠 파농의 글을 통해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감각과 말이 정지하는 상황에 대해 재조명한다. 책은 민족 해방 투쟁 활동가나 포스트 식민주의 이론의 담지자로서의 파농을 넘어서 정신과 의사로서의 파농과 그가 수행한 임상의 의미에 주목한다. 어떻게 해도 말이 말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폭력적 상황에 놓인 존재들은 어떻게 자신의 말을 찾아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파농의 글을 깊이 독해함으로써 고찰하며 이처럼 일본인과는 다른 존재로 변별되고 배제되어온 오키나와를 그와 함께 사고한다. 저자는 파농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오키나와를 사고한다는 것과도 깊게 연결되는 일이며, 나아가 읽고 쓴다는 것, 연구라는 행위를 한다는 것과도 연결되는 일임을 강조한다. 문학과지성사·303쪽·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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