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세종으로 국회 완전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리뉴얼 공사 명목으로 내년도 예산에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이 편성됐다.

개관한지 20년이 지난 헌정기념관의 내·외부 전시환경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겠다며 158억 원을 쏟아 부어 전시 공간을 뜯어 고치겠다는 취지다.

헌정기념관은 여권 중심으로 추진 중인 국회 기능 이전 대상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논란이 일자 국회 사무처가 부랴부랴 입장을 내놨는데, 선뜻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회사무처는 차질없는 사업 추진을 통해 리뉴얼되는 국회 헌정박물관(가칭)을 국민들이 국회의 역사와 의회 민주주의를 교육·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국회 세종 이전 여부에 따른 활용 계획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 수렴과 논의를 거쳐 마련하겠다고 했다.

어불성설이다.

헌정박물관에 대한 존치여부나 향후 관리계획 등이 선행되고 나서 예산 편성이 이뤄졌어야 마땅해 보이는데, 일단 예산 편성을 해놓고 그 뒷일은 다시 논의하겠다는 말이 당최 무슨 말인가.

수백조 원을 심사하고 11조 원 정도는 다시 증액하는 국회다 보니 100억 원이 훌쩍 넘는 혈세 정도는 아무 대책 없이 일단 쓰고 봐도 무방한 푼돈으로 보이는 것인가.

범여권에서도 "헌정기념관 리모델링 이런 거 꼭 해야 하는가"라며 "뭐 이렇게 많이 돈 들여 전시를 강화하느냐"고 지적했다.

물론 국민들을 위해 국회에 교육·체험 공간을 만든다는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문제는 세종 이전을 추진 중인 여권의 구상에 비춰볼 때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사무처는 예산안이 확정되는 대로 각 사업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차질 없는 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취지와 목적에 있어 적절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음에도 `예산이 확정되면 차질 없이 만전을 기하겠다`는 말은 강행 의지인지, 아니면 국회로 공을 돌리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왜 이전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시설에 `현재` 150억 여원을 들여 리뉴얼을 해야 하는 건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것도 이전될 경우를 대비한 대책 마련도 없이.

혹 이번에도 국회 세종 이전 약속을 선거용으로만 써먹고 용도폐기할 심산은 아니길 바란다.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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