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근로자 50-299인 기업 적용…지역 경제계 "계도 연장" 불구 정부 "연장 없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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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1월부터 근로자 50-299인 기업에 주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지역 중소기업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코로나19로 허리띠를 졸라매며 생존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인력난이 불 보듯 뻔한 새로운 근무방식을 도입해야 해서다.

법을 어기면서까지 회사를 꾸려야 할지, 경영 손실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근로 방식을 수용할 지 딜레마에 놓였다.

1일 대전 지역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전국 50-299인 사업장에 부여된 주52시간제 계도기간이 이달 말 종료된다. 내년 1월 1일부터 해당 사업장은 주 52시간제를 지켜야 한다. 사업주가 주52시간제를 준수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코앞으로 다가온 주52시간제 전면 적용을 놓고 지역 중소기업들은 마뜩지 않은 모습이다. 대전산업단지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계도기간 종료는 재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대덕구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역 제조업체 상당수가 정부와 지자체 지원으로 겨우 버티는 상황"이라며 "대기업에 비해 경영 사정이 빠듯한 중소기업에게 주52시간 근로제를 일괄 적용하는 건 차라리 공장 문을 닫으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주52시간제 확대 도입을 둘러싼 지역기업들의 고충은 인력난에 기인한다. 업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주52시간제로 월급이 줄면 숙련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과 비교해 임금 여건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주52시간제를 적용하면 근로자들이 겪게 될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지역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추가 근무 수당 등이 사라지면 직원이 받는 급여의 실수령액이 크게는 100만 원 가까이 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적어진 임금 문제로 숙련 기술자가 회사를 떠나면 새로운 직원을 뽑아야 한다"며 "교육을 통해 신규 직원이 기술을 습득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문제일뿐더러 코로나 상황에 채용공고를 내는 건 더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울상 지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입장문을 내 "연초부터 발생한 코로나로 중소기업들은 유례 없이 어려운 경영상황에서 주52시간제 도입에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없었다"며 "자체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39%가 아직 주52시간제 도입의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나타났고,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는 업체의 경우 83.9%가 준비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계도기간 종료를 발표한 것은 코로나19 어려움 속에서 경영난 극복과 고용유지에 여념이 없는 중소기업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불안감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주52시간제 도입과 관련 지원책을 내놨다. 내년까지 주52시간제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답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교대제 개편, 유연근로제 활용 등 노동시간 단축 전문가 컨설팅을 우선 제공하기로 했다. 김용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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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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