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줄면서 경증 환자들 병원 내원 미루고...개인위생에 대한 인식 높아지며 감기 등 질병 자체가 줄기도
환자 수 감소에 일부 소아과, 이비인후과 등은 적자에도 겨우 버티는 중

[그래픽=대전일보DB·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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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전국적인 대유행이 반복되면서 대전 지역에서 경영난에 허덕이는 동네병원들이 늘고 있다. 버티다 못해 병원 문을 닫는 수준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이미 적자로 돌아선 병원들도 상당수여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동네병원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사태도 우려된다.

1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체적으로 모든 병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지만 소아전문병원과 이비인후과, 내과 등 주로 경증 환자들이 많이 찾는 병원들을 중심으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당장 소아전문병원 등은 환자 수가 눈에 띌 정도로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이 크게 줄어든데다 마스크 착용 및 개인위생 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감기나 독감 등에 걸리는 환자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소아전문병원 원장은 "일반 소아과는 다들 어렵다고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아픈 아이들이 없다"며 "소아전문병원 같은 경우는 입원 환자도 크게 줄면서 더 힘든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병원만 해도 의사 수도 줄이고, 월급 주기도 어려워 직원도 많이 줄였다"며 "매달 1억-2억 원 정도 적자가 나는 상황이지만 상황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여기 저기서 돈을 끌어와서 겨우 운영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코로나로 인해 환자 수가 줄면서 의료계에서는 벌써부터 소아과 전공의들이 줄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젊은 의사들이 어려운 과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아과가 과거 산부인과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상황은 치과나 한의계도 마찬가지다. 환자들이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질환은 치료 시기를 미루면서 서서히 경영이 악화되는 분위기다. 지역의 한 치과병원 원장은 "치과의사도 예전에야 돈을 잘 벌었지, 지금은 제 살을 깎아가면서 경쟁하는 상황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더 힘들어졌다. 주변에 문을 닫겠다는 극단적인 원장들은 없지만 진료시간을 줄이고, 직원도 줄이고 해서 겨우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 한의원 원장도 "한의원은 대면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보니 환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힘들다"며 "전체적인 통계를 보면 환자가 20% 정도 줄었다. 기존에 자리를 잡은 한의원들은 그나마 버틸만한데 새로 개원한 곳은 많이 힘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 회장은 "동네병원이 하나, 둘씩 문을 닫으면 당장은 불편함을 못 느끼겠지만 가까운 병원이 없어질 수록 점차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동네병원들이 버틸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에서 최대한 관심을 갖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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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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