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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보다 정재' 사법 분열에 일침

2020-12-23 기사
편집 2020-12-23 16:45:30
 김동희 기자
 innovation86@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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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프릿 바라라 지음/ 김선영 옮김/ 흐름출판/ 428쪽/ 1만 8000원)

첨부사진1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로 그동안 법의 공정함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판결이 많았다. 단순히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국민의 법 감정과 공고한 시스템으로서의 법 사이에 놓인 간극이 큰 것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누군가는 배고픔에 삶은 계란 몇 개를 훔쳤다가 1년이 넘는 징역형을 받는가 하면, 마약을 투여한 유력 인사의 자녀는 집행유예로 풀려나기도 했다. 누군가는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정의가 훼손된 판결이라고 생각하며 사법판결에 의견이 갈렸다.

책은 미국인이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검사 프릿 바라라의 실천적 정의론이 담겼다. '월가의 저승사자', '부패 척결의 선봉장'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월가의 내부자 거래를 파헤쳐 헤지펀드계의 거물 등 71명을 기소해 67명의 유죄를 받아낸 공로로 2012년 '타임'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고 '월스트리트의 부패를 파괴하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표지를 장식하기도 한 유명 검사다. 또한,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은밀한 정치적 협력 제안을 검사의 중립성을 이유로 거절하다 해임된 일로 또 한 번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저자는 책을 통해 수많은 사건들을 파헤치며 겪었던 검사로서의 딜레마와 인간적 고뇌, 법 시스템의 한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지닌 편향적 사고 등을 살펴보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바로 서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는 "정의는 포괄적이고 막연한 주제"라고 말하며 정의가 지닌 복잡다단함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말도 덧붙인다. "사람들은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고 그 과정을 책임진 자들의 태도가 공정하다고 여길 때 그 결과도 정당하다고 믿는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저자는 많은 사회가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것이 늘 법의 실패나 사법절차의 실패에서 오는 것이 아니며, 사법체계는 편협함, 그릇된 선입견, 편파적 태도, 사익으로 정의에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더 많이 훼손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의의 현실적 실현이라는 차원에서 법 시스템과 법을 집행하는 주체로서 인간이 지니는 한계를 꼬집어봄으로써, 정의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이 무엇인가를 논리적으로 풀어간다. 저자가 검사로 활동하며 겪었던 여러 사건을 통해 정의가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면밀히 고찰한다.

최근 대한민국 사법부 내의 분열과 반목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며 '법 앞의 정의'는 수뇌부의 쟁투 이슈에 묻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듯 사회정의에 대한 부정적인 의문이 가득한 가운데 책을 통해 법을 통한 정의의 실질적 실현에서부터, 인간이 법의 집행자로서 지녀야 할 자세가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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