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정인이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범죄 예방과 피해아동 보호 강화를 위한 이른바 정인이법이 국회를 통과했다.온라인에서 정인이를 추모하는 `#정인아미안해` 해시태그가 수십만 건을 넘겼으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청원서명 20만 건을 넘겨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청원이 3건이나 존재한다. 그러자 여야 할 것 없이 앞다퉈 `정인이법`을 쏟아낸 데 기인한 결과다하지만 대부분이 사건의 원인에 대한 신중한 분석과 제도 보완에 대한 고민 없이 "처벌 강화"만을 부르짖고 있어 `감정적 과잉 입법`이 우려된다. 여론 압박에 의한 단시간 입법으로 제도의 맹점이나 실효성 있는 대책 논의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 시행 이후 정치권에서는 처벌 수준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치권이 충격적인 사건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희생자의 이름을 딴 `네이밍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는 것은 결코 낯선 모습은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의 입법은 분노한 국민 감정에 호응해 처벌 수준 강화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법이 없어서 이 지경까지 왔을까. 서로 책임 떠넘기다 이 지경까지 왔다.

경찰이 학대 신고 접수 다음날 부서장과 담당 경찰관이 모여 사건을 재검토하는 `전수합동조사`를 `정인이 사건`에서는 3차례 모두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담당 경찰관들은 "112신고 접수 때만 조사를 하는 줄로 알았다"고 변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한을 가진 주체가 많아질수록 사건은 복잡해지고 해결은 더뎌진다. 책임을 떠넘기다 보니 조사·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근원적 대책`은 어디에서도 작동하지 않는 배경이 된다.

법이 아닌 구조적 문제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탕되는 실효성 없는 `뒷북 졸속 입법`은 또 다른 위험을 낳는다. 앞서 언급했듯 법이 없어서 이 지경까지 온 것이 아니다. 서로 책임 떠넘기다 이 지경까지 왔다. 무엇이 문제인지 잘 따져보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제도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정인이 사건으로 정(正)인(人)이 새겨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서울지사 백승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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