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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점검]중기부 세종행 완결판…지역사회 역량·한계 드러내

2021-01-12기사 편집 2021-01-12 17:56:02      문승현 기자 starrykit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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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이전 관보 고시…허태정 '반대 입장문'만 내고 소극적 대응

첨부사진1[사진=연합뉴스]

정부대전청사 소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에 반하는 중앙집권적 사고체계와 작전 펼치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정부의 속전속결로 '지역홀대의 완결판' 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

정부는 신생 부처 한 곳을 옮기기 위해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 조성을 목표로 국회와 오랜 논의 끝에 수립한 중앙행정기관 이전의 대원칙을 스스로 허물어버렸고, 핵심 이해당사자인 대전 시민사회와 사전에 협의하거나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

중기부 세종 전입을 확정지을 마지막 법적 절차인 관보 고시가 이달 중 예고된 가운데 이전 작업을 주도한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역사회는 중기부 이전 논란에서 명확한 한계를 노정했다. 반대여론은 잠시 들끓다 이내 흐지부지 흩어졌고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은 시민들의 하나된 목소리와 투쟁역량을 결집하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불가불 중기부를 내줘야 한다면 그 반대급부로 중기부 대체 기관의 면면과 대전 이전을 확실히 매듭지어야 했지만 그만한 협상력도 부재했다. 대전은 현재 중기부 세종 이전을 반대한 지역이기주의라는 수용하기 힘든 비판을 감내하며 동시에 중기부의 빈자리를 채울 행정기관을 두고 정부 눈치를 살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여 있다.

국회와 정부는 2005년 10월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에 근거한 법정계획인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계획'을 확정했다. 정부부처 세종 이전안의 원조 격인 이 계획은 정부대전청사 또는 이미 비수도권에 위치한 기관의 제외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중기부 전신인 중소기업청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기부는 지난해 10월 관계부처와 소통·협업 강화, 부 승격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행정안전부에 '세종이전의향서'를 제출했다. 수도권 과밀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행복도시 세종의 조성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인데도 정부는 지난해 12월 부처 이전의 행정절차인 대국민 공청회를 강행했다. 행복도시법상 남은 절차는 관보 고시뿐이다. 행안부는 공청회 이후 관계기관 의견 등을 검토 중이며 1월 중으로 중기부 이전계획을 고시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사회를 극심한 혼돈으로 몰아놓은 중기부 이전 논란이 정부와 중기부의 압승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강행과는 별개로 대전시가 정부에 맞서 이렇다 할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중기부를 '빼앗긴'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일보 보도로 중기부 세종행이 공식화된 지난해 10월 당시 대전시는 허태정 시장 명의의 '반대 입장문'만을 내며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고 허 시장 역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유력인사들을 찾아가 중기부 대전 존치를 설득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민들의 여론 결집도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대전시가 중기부 이전과 관련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전시민 1014명 가운데 79.3%가 "중기부가 대전에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중기부 이전 추진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33.3%의 시민들은 '모른다'고 답했다. 중기부 대전 잔류의 당위와 이전의 부당함을 시민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시민 여론을 규합하는데 게을리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세종청사 행안부 앞에서 중기부 이전 반대를 외치던 민주당 대전시당은 20여 일 만에 천막당사를 접고 철수하며 지역 정치권의 역량 부족을 자인했다.

이와 함께 중기부 이전의 후폭풍을 수습하고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 지역사회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서울수도권 소재 기상청, 방위사업청 등 이른바 중기부의 대체재와 규모는 확정되지 않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중기부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대전청사에 기상청 등 수도권 청 단위 기관이 이전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을 뿐 구체적인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허 시장은 최근 대전일보와 신년인터뷰에서 "정부의 청사 재배치 논의과정에서 대전시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 대전청사에 국가 소유 유휴부지가 많으니 건물을 추가로 신축하는 방안도 건의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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