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세종 이전 확정까지의 과정…'치밀하게 설계된 각본'

중소벤처기업부는 과거 산업자원부 소속 차관급 외청(중소기업청)에서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장관급 독립부처로 격상됐다. 중소기업청 시절인 1998년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에 입주해 22년 동안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150만 시민들의 성원 속에 부처로 거듭났다.

중기부 세종 이전론은 아이러니하게도 부(部) 승격 직후 내부적으로 서서히 확산하며 박영선 장관 취임으로 본격화했다. 체급이 높아지면서 관세·조달·산림·특허청 등 청 단위 기관이 집적된 대전청사에 머무는 것은 격이 맞지 않다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초대 홍종학 장관 시절인 2018년 중기부 노동조합 설문조사에서 직원 68.6%가 세종 이전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여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공론화한 건 박 장관이다.

박 장관은 2019년 4월 취임하자마자 정부 주요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심의기관인 국무회의에서 중기부 세종 이전 문제를 거론했다. 당시 중기부 측은 "중기부 세종 이전에 대해 신임 장관이 의제를 띄운 수준이며 정식 안건으로 논의되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1년여 만인 지난해 9월 박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중기부 세종 이전에 협조를 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전론은 재점화됐고 10월 16일 중기부는 행정안전부에 `세종이전의향서`를 제출하기에 이른다.

중기부의 세종 이전 선언은 시기상으로 `대전 혁신도시` 지정과 맞물리면서 이른바 `빅딜설`이 제기돼 지역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렀다. 박 장관의 `대전 혁신도시 선물` 발언에 이어 청와대 한 인사가 대전 혁신도시 지정을 전제로 중기부 이전을 양해해 달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는 대전시 고위 공직자의 전언이 뒤늦게 흘러 나오면서다. 의향서 제출 직후인 28일 서철모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시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지난 8월 청와대 한 비서관과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서 부시장은 "(그 비서관이) 대전 혁신도시 지정에 대해 다른 지역들이 반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면서 "중기부 이전과 관련해선 정부가 정책결정을 하면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당시 오간 대화를 전했다. 또 "그런 얘기를 하기에 (내가) 혁신도시와 중기부 이전은 별개의 문제다. 연결시키지 말아달라고 그 자리에서 말했다"고 부연했다.

서 부시장의 전언을 종합하면 청와대 한 비서관이 대전 혁신도시와 중기부 이전을 동일선상에 두고 타 지자체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혁신도시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중기부 소재 대전시는 대승적으로 중기부 세종시 이전 추진을 수용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통 큰 거래`를 제안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허태정 시장은 최근 대전일보와 신년인터뷰에서 "오비이락일 수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 시장으로서 하늘에 맹세하라고 해도 할 수 있다"며 극구 부인했으나 빅딜 의혹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12월 17일 중기부 이전계획에 관한 대국민 공청회를 열었고 현재 관계기관 의견 등을 검토 중이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부작용 해소를 목적으로 제정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은 중앙행정기관의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 이전 절차로 공청회, 관계기관 협의를 규정하고 있다. 이후 대통령 승인을 받아 관보에 고시하면 법적 절차는 완료된다. 행안부는 관계기관에서 받은 의견 등을 검토한 뒤 대통령 승인 절차를 밟아 1월 중 고시한다는 계획이다. 중기부 세종 전입이 불과 100일도 지나지 않아 초읽기 수순에 돌입했다는 점에서 빅딜설을 포함, 치밀하게 설계된 각본에 의해 이전작업이 추진되지 않았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그래서 나온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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