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네이션 (이지윤 지음 / 루비박스출판사 / 264쪽 / 1만 5000원)

지난해 연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확산으로 문화·예술계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타격을 받았다. 특히 가수들은 공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 서로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한 방송사에서 힙합을 주제로 비대면 공연을 진행한 `쇼미더머니9`이 큰 인기를 끌면서 힙합이 접목할 수 있는 장르가 얼마나 다양한지 대중들에게 보여줬다. 이에 따라 힙합에 대한 대중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은 그 물음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 동부와 서부로 양분된 힙합 트렌드로 남을 욕하는 디스(diss)전에 얽힌 무용담을 비롯해 갱스터랩의 탄생과 몰락까지 힙합계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올드 스쿨에서부터 연대별로 정리해 힙합이 몹쓸 음악으로 불리는 데에 마땅한 이유가 있는 부분도 언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힙합이 가진 본질적인 음악 요소와 젊음의 해방구 역할을 하는 기능적인 요소는 수십 년에 걸쳐 생명력을 유지해온 원동력이 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흔히 사람들은 랩(Rap) 음악과 힙합을 동일시하는데 랩을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로서 힙합은 하나의 문화이자 현상이고 그 자체로서 음악적 혁신성은 실로 뛰어나다고 알려준다.

저자 이지윤의 이력은 그가 갖고 있는 힙합에 대한 식견만큼 다채롭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와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후 아리랑국제방송 보도팀장, 주한 미국 대사관 선임전문위원을 역임한 저자는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미디어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그는 전형적인 X세대로서 한때 문화적 검열이 만연하던 시대에서도 해외문화 개방에 목말라하며 사춘기를 보냈다. 학창 시절 조악하게 복사된 빌보드차트를 외어 가며 주한미군방송을 섭렵했고 30여 년 동안 무수한 LP레코드와 CD컬렉션을 사 모았다.

저자는 1990년대 중반 힙합이 전성기를 누릴 때 미국에서 해당 장르를 처음 접하고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안되겠다고 걱정하던 때를 떠올리며 힙합 이야기를 비전문인의 시각으로 풀어냈다. 이 저서는 90년대 힙합을 접했던 기성세대들이나, 힙합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힙합에 열광하는 이들의 열정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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