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T, 2017년 임기존속 근거 삭제…자격 논란 인사 내정에 내부 반발도 영향

[사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홈페이지 캡처]
[사진=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홈페이지 캡처]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과학기술계 기관장 공석 사태에 대한 과기계의 반응은 이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기관장 공석이 `사고`가 아닌 `관행`처럼 취급되고 있는 셈인데, 이제는 `공석 최소화`가 목표라는 자조까지 들리는 실정이다.

특히 정부 출연 연구 기관(출연연)의 기관장 공석 사태는 심각한 수준이란 게 과기계의 평가다. 제때 기관장 인선이 이뤄지는 경우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23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출연연 7개 기관장이 선임됐을 때도, 짧게는 1개월 길게는 9개월 이상 공석 사태가 빚어진 뒤였다. 가깝게는 지난해 2월 24일 한국표준연구원 등 2개 기관장 선임 당시에도 각각 1개월과 2개월 동안 수장 없이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25개 출연연을 비롯한 부설 연구소 기관장들이 적시에 선임된 사례가 그렇지 않은 때보다 많다.

20일 현재 항우연 등 출연연 6개 기관에서도 기관장 공석이 예고돼 있다. 오는 23일 임기가 끝나는 이들 기관의 기관장 후보자에 대한 윤곽도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NST는 오는 21·22일 후보자 3배수를 압축·선정할 예정이지만, 후보자에 대한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검증 기간을 고려하면 한 달가량 대행 체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과기계 한 인사는 "선장 없는 배의 운명이 그러하듯, 침몰하진 않더라도 표류할 수밖에 없다"며 "시스템에 의해 조직이 운영되긴 하겠지만, 대행 체제에서는 인력 배치나 조직 변화 등에 부담을 느껴 현상 유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배경은 기관장 공모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출연연 한 인사는 "정부의 손이 뻗치지 않는 공공기관이 어디 있겠냐마는 기초과학기술 연구개발이 목표인 출연연에도 정부와 줄이 닿는 인사들이 `낙하산` 임명되거나 `코드 인사`가 비일비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량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 위한 공모제가 본 취지와는 달리 선임 권한을 쥔 정부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자질을 갖춘 대내외 인사들이 공모에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과기계 반발도 발생하고 있다. 과기계 구성원으로 이뤄진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지난 19일 취임한 문미옥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에게 코드·실세 인사로 비판하며 자진 하차를 요구했다. 노조는 "정부 여당 핵심 인사들의 강력한 후원 없이는 불가능한 이력"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의지이고 출연연 현장과 과기계 반대를 청와대가 철저히 무시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기관장 공석 사태는 NST가 2017년 9월 기관장 임기 정관을 개정하면서 기관장 존속 근거를 삭제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시 `상근 임원(원장)이 임기 만료 뒤 후임자가 취임할 때까지 임원 자격이 존속된다`는 정관 조항을 없앴는데, 중도사퇴 등에 의해 종종 발생하던 기관장 공석 사태가 인선 지체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과기계 일각에서 해당 정관을 재개정해 원상태로 복귀시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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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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