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외교부·문체부·중기부 등 3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문재인 정부 최장수 장관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임에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양우 문체부 장관 후임에 황희 민주당 의원, 박영선 중기부 장관 후임에 권칠승 민주당 의원을 각각 내정한 것이다. 지난달 4일 행안부·보건복지부·국토부·여가부 장관과 30일 법무부·환경부 장관에 이어 한달 반 만에 세 번에 걸친 개각으로 총리를 제외한 국무위원 18명의 절반인 9명의 장관이 바뀌게 되는 셈이다. 나름 내각 개편의 요인이 있다고 하지만 너무 잦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번 개각은 문 대통령 임기 말 인적 쇄신을 통한 국정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원년 멤버`인 강 장관의 경질은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에 따라 외교안보정책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임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정 전 실장은 3년간 국가안보실장을 맡아 한미 간 현안은 물론 한반도 비핵화, 북미협상 등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그를 통해 대미·대북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새 인물을 통해 새로운 관계 설정을 하겠다는 신호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황희·권칠승 등 현직 의원들을 기용한 것 역시 임기말 국정 장악력을 높이고 당정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볼 수 있겠다.

다만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아침에 사의를 표하자마자 개각이 이뤄진 것은 너무 노골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강경화·박영선 두 장관이 물러나면서 내각의 여성 비율이 떨어진 것도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1기 내각 출범 당시 여성 장관은 5명으로 30%에 근접했지만 3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세 번의 개각으로 내각에 기용된 9명 중 5명이 친문 성향의 현직 의원이라는 점은 국정 장악력과는 별개로 개인의 전문성이나 국회의 역할 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 4개월이 남은 만큼 이번 개각이 끝은 아닐 것이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정세균 국무총리가 사임하는 시점에 맞춰 중폭의 개각이 이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추가 개각은 단지 국면 전환용이 아니라 집권 후반기 마무리와 성과 창출을 위한 차원에서 논의되고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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