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경주분원 가시권 돌입…지역조직 107개 중 2개만 지역 위치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사진=대전일보DB]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사진=대전일보DB]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 내 정부 출연 연구 기관(출연연)의 `탈 대덕화`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학기술 출연연 상당수(25개 가운데 16개)가 대덕특구에 있다는 이유로 시와 지역 정치권이 탈 대덕 현상에 사실상 관망 중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대책 없이 타 지자체와의 유치전에서 밀리면서 탈 대덕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지역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대덕특구에 본원을 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지난해 말 대구분원 설립을 추진하려다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전체 특화 연구개발 시설인 대구분원은 타당성 검토 단계에서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추진이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생명연 관계자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세 차례 타당성 검토를 했다"면서 "검토 결과 모두 `미흡`이 나와 대구분원 설립 사업을 종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의 경우 제2연구원 격인 경주분원 설립이 가시권에 들어선 상태다. 소형원자로 건설 등 모두 6800억 원이 투입되는 경주분원은 현재 사업 검증 마지막 단계인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본심사를 받고 있다. 원자력연 측에선 이르면 오는 3월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과기계에선 정부가 혁신 원자력 기술 개발에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 심사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도 최근 핵융합실증로 분원 설립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타 지자체 3곳으로부터 유치 의향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덕특구에는 분원 등 출연연 전체 지역조직 107개 가운데 단 2개만 있다. 출연연 본원 다수가 있는 대덕특구와의 업무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타 지역에 분원들이 흩어져 있는 것인데, 향후 탈 대덕화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방증으로도 지목된다.

대덕특구 내 출연연 본원 이전 사례는 아직 없지만, 공공연구기관들이 계속해서 짐을 싸고 있다.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안전원을 비롯해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이 각각 지난해와 2015년 충북 오창으로 떠났고 국내 유일 국제 선박 검사 기관인 한국선급도 2012년 대덕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부산으로 옮겨 갔다.

출연연 본원 이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가 지난해 세종 이전과 함께 신청사 건립을 타진해오다 지역 잔류로 선회했는데, 현재는 예산 문제로 숨을 고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탈 대덕화에도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에선 특별한 대응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의 한 관계자는 "필요성에 의해 타 지역에 분원이 생기는 부분은 대책 마련에 한계가 있다"면서 "세종시처럼 (이전 기관에) 특별공급 등 혜택을 주는 것은 (대전시 상황에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 한 인사도 "대덕특구가 전국 연구개발특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탓에, 분원이나 신규 공공연구기관 유치가 쉽지 않고 현상 유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는 최근에서야 후속 대책에 나선 모습이다. 최근 지역 내 공공기관 관리를 위한 `책임제`를 도입했는데, 실·국별로 담당 공공기관 대상 애로사항 청취 등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이탈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제도는 이름과 달리 관리 실패에 따른 책임 소재를 다루지 않고, 공공기관 유치 계획도 두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평가다.

출연연 한 인사는 "대덕특구 이탈 방지에 초점을 둔다면, 부지 공급이나 건축비 지원 등을 제공하는 타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과학도시 대전`이란 구호에 걸맞게 대덕특구 등 대전을 돌아볼 수 있게 실질적이고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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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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