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누가 가장 먼저 백신을 맞을지 오리무중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서는 백신 1호 접종자를 둘러싸고 소모적인 논쟁이 가시지 않고 있다.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먼저 맞아야 한다"는 주장이고, 여권에서는 "국가 원수가 실험대상이냐"고 맞서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런 논쟁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 1호 접종자를 발표하지 않아 의아하게 만든다. 26일부터 전국 요양병원·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소·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에 들어간다는 계획만 서 있다. 가뜩이나 AZ백신에 대한 국민 불신이 심한데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국민들의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큰 만큼 백신 1호의 상징성은 더 말할 나위 없이 크다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의 한 여론조사를 보면 백신 접종과 관련, `순서가 오면 바로 접종하겠다`는 응답은 45.8%에 불과했고, `접종을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겠다` 45.7%, `백신을 맞지 않겠다` 5.1%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에서 보듯 국민들 사이에는 처음으로 접종하는 AZ백신에 대한 불신감이 여전히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가는 대통령이나 보건 수장 등 지도자들이 첫 접종자로 나서고 있다. 전 세계에서 접종률 1위인 이스라엘은 총리와 보건부 장관이 백신 1호 접종을 자처했다. 남아공 대통령도 미 제약사의 자회사인 얀센이 개발한 백신을 전 세계 처음으로 접종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중국 시노백 백신을 자국에서 최초로 접종하면서 유튜브로 생중계까지 했다.

우리나라도는 백신 1호 접종 대상이 문재인 대통령이면 좋겠지만 상황이 그렇지를 못하다. 문 대통령은 만 68세로 26일 시작되는 AZ백신 접종 대상이 아니다. 가장 상징적 인물인 대통령이 고령으로 접종 대상이 안된다면 만 65세 미만의 다른 지도자를 내세워도 무방하다. 만 65세 미만인 17개 시도지사들이 먼저 백신 접종을 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고령층의 접종 순위가 1분기 이후인 만큼 그때가서 가장 먼저 맞아도 늦지 않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하루빨리 백신 1호 대상자를 발표해 소모적인 논쟁을 잠재우고 국민 불안을 덜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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