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증

고병이 건양대병원 안과 교수
고병이 건양대병원 안과 교수
찬 바람이 불고 날씨가 건조한 요즘,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 같거나 뻑뻑하고 시리며, 따가운 증상을 느껴서 병원을 방문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각막염 등 합병증으로 시력 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는 질환이다. 바로 안구건조증을 말한다. 고병이 건양대병원 안과 교수의 도움말로 안구건조증에 대한 원인과 치료, 예방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안구건조증 원인=안구건조증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크게 눈물 생성이 부족한 경우와 눈물층의 이상으로 눈물이 빨리 증발돼 생기는 경우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여러 이유들로 안구건조증이 발생하게 된다. △눈꺼풀 염증이 생기면서 덧눈물샘의 기능저하로 눈물 증발 증가 △콘택트렌즈 착용 시, 눈물 증발이 더 많아지고 장기간 사용한 경우 각막 신경이 무뎌져서 반사눈물 감소 △건조하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에 히터나 에어컨에 노출되면서 눈물 증발 증가 △쇼그렌증후군, 류마티스 관절염, 루프스 등 자가면역 질환이 있거나, 노화(여성은 폐경기 이후)에 따른 눈물 생성량 감소 △알레르기약, 고혈압약, 항부정맥 약물, 항우울제, 파킨슨병 치료제 등과 같은 약물 복용 시 눈물 분비량 감소 △텔레비전,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며 눈 깜빡임 횟수 감소와 눈을 크게 뜨는 데 따른 눈물 증발 등의 원인이 있다.

◇안구건조증 증상=환자들이 느끼는 증상으로는 눈이 따갑고 타는 느낌, 콕콕 찌르는 아픔, 가려움증, 이물감, 뻑뻑함, 쓰라림, 눈꺼풀이 무거운 느낌, 눈부심, 안구 피로감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이는 안구 표면에 건조함을 느끼는 특이적인 감각기가 없어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을 각자 다양하게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오히려 눈물이 더 나온다고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는 이물감 등의 자극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주눈물샘의 눈물이 더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안구건조증 환자들의 증상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증상이 밤에 심해지거나 아침에 일어날 때 악화되는 등 하루 중에 변동이 있다. 둘째, 독서와 텔레비전 시청 등 계속적인 눈의 집중이 필요한 경우와 에어컨·연기·비행기 안의 낮은 습도 등에 의해 증상이 악화된다.

◇진단과 치료=안구건조증은 환자의 증상과 눈물막 파괴시간 측정(BUT검사), 눈물 분비량 검사(Schirmer test), 각막과 결막의 생체염색 등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안구건조증의 치료 목적은 환자의 증상을 좋게 하고 객관적인 검사소견을 호전시키는 것이다.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안구건조증은 완치가 안 되지만, 적절한 치료로 악화되지 않고 호전될 수 있음을 이해시킨다.

건조증을 치료하는데 기본적인 약제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눈물(인공눈물)이다. 인공눈물은 눈에 물기를 더해서 표면을 적셔주고 오랫동안 수분을 저장함으로써 환자의 눈이 편하게 한다. 현재 많은 종류의 인공눈물이 제품으로 나와 있다.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인 인공눈물에는 세균 감염 방지 목적으로 보존제가 들어 있어서 눈에 독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하루 4번 이상으로 자주 사용해야 하는 심한 건조증에서는 보존제가 없는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침에 건조해 눈뜨기가 힘든 증상이 있는 경우는 자기 전 인공눈물 성분의 안연고를 사용함으로써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연고는 낮에 사용하면 흐려 보이는 문제를 일으키므로 밤에 잠자기 전 소량을 사용하는 게 좋다.

심한 건조증에는 환자 자신의 피를 정제한 자가혈청을 안약으로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하며, 혈청 내 여러 성장 인자와 비타민A 성분이 안구 표면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이클로스포린A 성분의 안약은 항염증 작용으로 눈물샘의 파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중등도 이상의 건조증에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눈물의 점액성분을 증가시키는 치료약이 도입돼 눈물막 파괴 시간이 짧은 형태의 안구건조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건조증이 눈꺼풀의 염증과 관련된 경우는 눈꺼풀의 청결을 위해 마사지를 하거나 깨끗이 씻는 것이 좋고 항생제 안약이나 전신적인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미 분비된 눈물을 보존하는 방법으로 눈물점 마개를 사용한 눈물점폐쇄를 사용하기도 한다. 눈물점 마개는 콜라겐 성분이나 생체흡수성 재질로 만들어져서 삽입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녹아서 흡수되는 것과 실리콘 성분으로 반영구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있다. 보통은 아래쪽의 눈물점을 막지만, 심한 경우에는 상하의 눈물점을 모두 막기도 한다.

◇생활 습관=위의 치료 방법들과 더불어 환경을 건조하지 않게 하면 눈물의 증발이 줄어들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겨울에 난방을 할 때 젖은 빨래를 걸어 놓거나, 가습기를 사용해 습도를 올릴 수도 있고 실내 온도를 조금 낮춰 주면 좋다. 외출 시 보호용 안경을 착용하거나 책이나 컴퓨터를 볼 때는 30분 간격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장진웅 기자·도움말=고병이 건양대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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