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 뒤편 식당가에서도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년째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한 1층 상가는 공실 전 인근 직장인들이 찾던 음식점이었다. 이 상가 임대를 주선하고 있다는 중개업자는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타임월드 인근 상가는 공실이 언제 찼는지 모를 정도로 활발히 거래되던 곳"이라며 "기존 임차인들은 장사가 안 되니 나가떨어지고 빈 점포를 맡아보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이제 둔산동 중심상권이라는 말도 옛말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대전 유성구 신도심인 죽동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비어 있을 정도로 상가 공실이 만연해 있었다. 2015년 6월 죽동푸르지오(638세대), 이듬해 5월 죽동금성백조예미지(998세대), 2017년 4월 죽동대원칸타빌(1132세대) 등이 차례대로 입주하면서 죽동은 3200가구가량의 신도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충남대서문네거리에서 죽동으로 진입하는 상권부터 건물마다 `임대`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인근 원룸에 사는 충남대 학생들과 신도심 맛집 탐방에 나선 30-40대 여성들로 북적이던 입주 당시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 지역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보다시피 채워지지 않은 상가가 꽤 많이 있다"며 "대부분 신축건물이라 보증금과 월세가 센 편이고 그래서인지 아직 한 차례도 임대가 되지 않은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했다.
신도심 상권인 만큼 죽동 상가 시장을 현재의 공실률로 재단하긴 어렵다는 진단도 나왔다. 상가를 전문으로 한다는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푸르지오 입주를 기준으로 한다고 해도 신도심이 형성된 게 불과 5년"이라며 "상가가 제대로 정착하는데 기본적으로 5-10년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죽동 상가는 아직 한바퀴도 돌지 않은 것이어서 앞으로 코로나 변수만 진정된다면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상가 공실률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세종에서도 텅 비어있는 점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날 세종시청 인근 한 상가 건물 1층. 한창 영업을 하고 있는 편의점, 식당 등 사이로 굳게 닫힌 출입문과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정면 유리창에는 임대 및 매매 문의 전화번호를 알리는 게시물만 붙어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의 이동이 빈번한 도로변과 멀어질 수록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빈 점포는 더 늘어나는 듯 했다. 1층 뿐만 아니라 고층 상가 건물 중간중간에도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 등이 걸려있어 공실이 다수 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인근의 또 다른 상가 건물은 더 심각했다. 1층 절반에 가까운 점포가 비어 건물 밖을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상가 건물 역시 대로변과 인접한 부분은 어느 정도 차 있었지만 건물 뒤편으로 갈수록 공실이 많았다. 나란히 한 줄로 붙어있는 7개의 점포가 모두 비어있기도 했다. 한 상가 건물에 입주해 있는 공인중개사도 세종시의 상가 공실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 공인중개사는 "시청 인근에서 임대가 잘 된 곳도 공실률이 5-10% 수준이고 심한 곳은 30% 이상 채워지지 않은 상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가 공급이 많다 보니 분양 시행사는 많은 수익을 얻었을 지 모르지만 분양주들은 공실로 인한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문승현·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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