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업장에서는 도수관로 부설공사 후 지표면을 복구할 때 `줄떼`를 심어도 되는데 비용이 더 들어가는 `평떼`를 식재했다. 잔디를 심을 때 지표면에 빈틈없이 뗏장을 까는 평떼 공법이 일정 간격을 두고 줄지어 식재하는 줄떼 공법에 비해 공사비가 더 나온다. 결국 이 공사는 적절하지 않은 시공을 원상 복구하기 위해 설계변경과 함께 공사비 3450만 원을 감액해야만 했다. 또 다른 사업장은 설계도면에도 없고, 굳이 필요가 없는 교량용 방호울타리를 설치해 공사비가 더 들어갔다. 공사현장에서 나온 부산물 비용을 회수하지 않거나 설계변경 미조치, 설계용역 감독 소홀 등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사고의 1차적 책임은 현장 행정을 도외시하고 탁상 행정에만 매달린 담당 공무원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담당 공무원이 시공업체와 계약 후 건설현장을 방문해 꼼꼼히 점검했더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이번 감사를 통해서는 다행히 담당 공무원과 시공업체와의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담당 공무원의 해태나 단순 실수로 받아 넘기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어떠한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전시와 산하기관 공무원의 실수와 부주의에 따른 혈세 낭비 사례는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비단 건설 현장뿐 아니라 잘못된 보조금 집행, 부적절한 수의계약 등 시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다양한 행위들이 연거푸 벌어지고 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처럼 사소한 것을 그냥 두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공무원 한 명의 탁상행정과 단순 실수가 본의 아니게 건설업체에 부당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게 공무원과 건설업체의 유착으로 이어지고, 종국에는 토착비리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대전시는 이 참에 현장행정을 강화하고 비리로 연결될 수 있는 작은 실수에도 눈감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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