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선 앞두고 졸속적 처리
"국가 백년대계"란 말 안 믿어
부울경은 되고 충청도는 안돼

은현탁 논설실장
은현탁 논설실장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이 법안은 가덕도 신공항 건실 시 전례 없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데다 공교롭게도 4·7 보궐선거를 한 달여 앞에 두고 졸속으로 처리됐다. 정치셈법을 모르는 문외한이 보더라도 `선거용`이자 `매표용` 냄새가 짙게 난다.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내용면에서도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법안이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는 "선거용이 아닌 국가 백년대계"라고 말했지만 국민 대다수는 이 말을 믿지 않는다. 오죽하면 동네 하천 정비도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까.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는 사업 착수란 말과 진배없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경제성이 있든 없든, 사업 후 부작용이 생기든 말든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소위에 제출한 보고서만 보더라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얼마나 무리한 사업인 지 알 수 있다. 가덕도는 먼바다에 바로 노출돼 조류와 파도 등의 영향으로 공사가 쉽지 않아 매립에만 6년 이상 소요된다고 나와 있다. 지반 침하 가능성도 있고 대규모 산악 절취를 통한 해양 매립으로 생태계 파괴도 우려된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은 7조 5000억 원을 제시했지만, 국토부는 최대 28조 6000억 원이 들것으로 추정했다. 사업의 방식이나 공항의 규모에 따라 사업비가 다를 수 있다 치더라도 양측의 비용 산정은 간극이 너무 크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이 민감한 시기에 법적인 절차나 안정성, 경제성, 환경성 등을 깡그리 무시하고 가덕도 신공항에 올인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얼까.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보고`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2040년까지 인구 1000만 명, 경제규모 490조 원의 초광역 도시권 구축이 목표로,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다"며 동남권 메가시티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충청인들은 끌어 오르는 감정을 삭이기 힘들 지경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충청권은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66.9%로, `잘된 일` 26.9%를 크게 앞질렀다.

왜 부울경은 되고 충청도는 안 되는 건지. 이게 충청도의 민심이다. 충남은 전국의 도 단위 광역단체 중 유일하게 공항이 없는데 정부여당은 안중에도 없다. 그런데도 28조 원이 들어가는 가덕도 신공항은 되고, 고작 500억 원 밖에 들지 않는 서산 민항은 왜 안 되는 건지.

요즘 충청권의 광역단체장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중앙부처를 드나들고 있다. 올 상반기 중 결정될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충청권을 하나의 경제생활권으로 연결할 수 있는 3개 충청권 광역철도 사업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 가운데 보령-공주-세종청사를 잇는 충청산업문화철도(보령선)는 2조 2494억 원, 신탄진-조치원-오송-청주시내-오근장(청주공항)을 잇는 노선은 1조 5907억 원, 세종청사-조치원 간 일반철도는 8657억 원이 소요된다. 철도망이 구축되면 세종시를 중심으로 인근 도시들이 하나의 경제생활권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충청권 메가시티`의 발판이 된다. 메가시티는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고, 국가균형발전의 중심도시로서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이 3개 사업을 합쳐도 총사업비는 4조 7058억 원으로 가덕도에 쏟아붓는 비용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비용의 절반이면 충청권 광역철도는 물론 서해 KTX, 서산 민항, 대전-세종 도시철도까지 다 해결하고도 남는다. 가덕도 신공항보다는 여러 모로 충청권 광역철도망이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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