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조현욱 옮김/ 인플루엔셜 / 588쪽/ 2만 2000원

다포스포럼에서 명언설로 다보스포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을 만든 젊은 사상가 뤼트허르 브레흐만(Rutger Bregman)의 신간이 한국 독자들을 찾아온다. 그는 우선 공멸과 연대의 기로에선 인류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본성은 과연 이기적인가?"라는 어려운 질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최초의 인류부터 현재까지 방대한 인류 문명의 역사가 증명하는 한 가지 진실은 "전쟁 등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인간은 선한 본성에 압도됐다"라는 것이다. 즉 우정과 친절, 협력, 연민 등은 얼마든지 전염될 수 있으며, 이것이 사회를 재조직하는 근본 원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프레임을 깰 때 우리는 지금까지 상상도 못 한 연대와 협력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불평등과 혐오, 불신 등에 빠진 인류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이 책에 눈에 띄는 점은 실증연구와 현장탐사에 있다. 또, 그는 연구를 통해 이기적 인간 본성의 프레임을 만든 각종 문학작품과 인류학 연구의 진실을 찾아 나서는 역사 탐구에 나선다. "벌이 꿀을 만들 듯 인간은 악을 낳는다"라는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그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파리대왕`을 반박하기 위해 실제 사례를 찾아 나서는 모습은 집착을 넘어 경이로울 정도다.

아울러, 그는 수개월의 문헌조사와 인터뷰 끝에 발구한 사례에 의하면 무인도에 고립돼 야만인으로 변해가는 소설 속 소년들과 달리 1965년 태평양 통가제도의 무인도 아타섬에 15개월간 고립된 6명의 소년들은 건강한 모습으로 생황에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추고 평화롭고 이상적인 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저자는 이런 소설 속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부정적인 관점과 믿음을 양산하며 이는 곧 인간의 본성을 좌우한다고 지적한다. 마치 계몽주의 시대 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철학과 마키아벨리즘 등 오랫동안 지성사를 이끈 부정적 세계관이 우리 사회를 변모시켰다는 말이다.

저자는 우리가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인식을 되찾을 때 비로소 우리 스스로 참여와 저항의 의미, 행동할 의무를 되찾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인간의 선한 본성을 지켜내는 구조로 거듭날 수 있는지 각국의 사례를 통해 청사진을 찾고자 한다. 연대를 통해 남아공의 내전을 막은 빌욘 형제와 넬슨 만델라의 역사 속 실화는 물론, 최근 직원의 자율성을 토대로 운영되는 네덜란드의 홈케어기업 뷔르트조르흐 등이 바로 그 사례다.

마지막으로 저서를 유심히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가 한층 더 친절한 인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그의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펼쳐낸 인간의 희망적 역사는 어느덧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며, 타인을 바라보는 적대적인 관점이나 의심과 냉소의 시선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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