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희망 고문은 끝났다"고도 했다. 이 발언에서 순간 내가 모욕당한 느낌을 받았다.
작년 말 이 대표는 충청권을 찾아 "국회 세종 완전 이전을 목표로 단계적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의지를 드러낸 듯 했다. 다시금 애써 기대감을 품었다. 용역을 통한 구체안도 제시하고, 여당 지도부 모두 한 동안 국가균형발전을 입에 달고 살길래, 혹시나 하는 희망이었다. 이윽고 세종 국회 설치 입법화를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당위성마저 확보되면서 이제 우리의 `희망 고문`이 끝날 줄 알았다. 공청회가 끝나자마자 이 대표가 세종을 찾는다는 소식까지 들리길래 더욱 그랬다. 이제 입법만하면 된다는 생각에 기대감 보다 높은 희망을 품었던 터다.
그런데 갑자기 안 온단다. 온다고 하기 바로 전날 오후 일정 변경으로 못 온단다. 가덕도 신공항의 성과물을 들고 불과 닷새만에 다시 부산을 찾았던 바로 그날이다. 울산도 방문해 공공의료원 건립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약속한 그날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한 당 대표 사퇴 시한을 일주일 앞뒀던 그날 말이다.
순간의 허탈함에 `우리는 뭔가 싶어` 희망을 품었던 3월은 다시 아득해졌다.
`논의`와 `협의`로만 점철되던 시기에는 그렇게 얼굴을 내밀며 국회 세종 이전을 약속하더니, 공청회 결과가 잘 마무리되고 이제 입법화만 남으니 덜컥 `겁`이 나 숨어버렸나. 아니면 느긋할 줄 알았던 행보가 뜻하지 않게 조급해지자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건가 싶다.
어린 단종 임금이 공자 말씀인 `사무사`의 뜻을 묻자 사육신 박팽년은 명답을 내놓는다.
"사사로움이 없는 바른 마음입니다. 마음이 바르면 모든 사물에서 바름을 얻을 것입니다."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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