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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현탁 칼럼] 세종시의 일그러진 자화상

2021-04-01 기사
편집 2021-03-31 19:05:39
 은현탁 기자
 hteun@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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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꾼이 날뛰는 도시로 변질
최대 피해자는 우리 젊은세대
각종 불공정과 반칙 도려내야

첨부사진1은현탁 논설실장
요즘 세종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 도시인가 의심이 간다. 공무원 특공에서부터 산업용지와 농지까지 어디 하나 구린내가 안나는 곳이 없다. 세종은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아파트 가격이 올랐고, 토지 가격도 어마어마하게 상승했다. 아파트 분양 당첨이 곧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고, 농지든 뭐든 땅을 사서 묻어두면 몇 배 뻥튀기가 된다. '강남불패'라고들 하는데 '세종불패'가 된지도 오래됐다. 세종시는 수도권 공화국에 대응해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태어난 도시인데 어찌 된 일인지 수도권의 적폐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이러다가 명품 도시는커녕 2류, 3류 도시의 오명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세종시를 개발하면 할수록 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세종의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은 따지고 보면 각종 개발 호재들이다. 투기꾼들이 벌떼처럼 달려들다 보니 부동산 가격은 지칠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은 한번 말이 나올 때마다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세종의사당은 선거철만 되면 단골 공약이 되고, 투기꾼들은 이걸 10년째 우려먹고 있다. KTX세종역이나 국가산단 건설, 대전도시철도 연장도 투기꾼들의 표적이 됐다. 세종의 아파트는 덩달아 대전의 아파트 가격까지 따라 오르게 만들고 있다.

정부청사 공무원들은 점심시간에 아파트 가격을 놓고 이야기 꽃을 피운다.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는 승진을 안 해도 좋으니 특별공급만 받으면 된다는 말이 나온다. 중소기업부도 결국 특공을 받기 위해 세종으로 옮겨간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일반인들이 다 거쳐야 하는 조건을 패스한 '황제 특공'은 LH 직원뿐 아니라 공무원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점이다.

세종에는 개발과 관련한 정보를 손에 쥐고 이득을 챙긴 불로소득자들이 득실거린다. 수도권 3기 신도시의 부동산 투기가 세종시에서 똑같이 재현됐다. 세종시 연서면 국가산단 부지와 그 주변만 살펴봐도 그렇다. 보상을 노리고 일명 벌집을 짓고, 일반인들은 알지도 못하는 희귀종 나무를 심는 추태를 벌였다. 심지어 오랜 기간 세종시 건설을 책임졌던 전 행복도시건설청장 마저 국가산단 인근에 토지를 매입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구간엔 당초 예정에 없던 연기 나들목(IC) 입지가 정해졌고, 인근에 있는 여당 전 대표의 땅값이 4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의아한 일이다. 세종시 전반에 걸친 투기심리는 집단적인 투기불감증을 만들어 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세종시는 공무원 전수조사를 한 뒤 단 1건만 경찰에 신고하고 얼렁뚱땅 조사를 마무리 지어 버렸다.

세종시가 이러다가는 서울 짝이 나게 생겼다. 수도권 공화국에 대응해 행복도시를 만들었는데 가만히 보니 이게 수도권의 재탕이 되고 있다. 세종시는 언제부터인가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도시, 온갖 개발정보를 손에 쥐고 그 참에 일부 공무원과 투기꾼이 한몫 잡는 도시로 변질되고 있다.

세종시의 역주행을 더 이상 두고만 봐서는 안 된다. 온갖 불공정과 반칙이 난무하는 이런 도시가 과연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수도권 공화국'만 탓할게 아니라 '세종 공화국'을 걱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세종시에서 이 같은 부작용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젊은 세대들이 떠안는다. 정상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20-30년간 열심히 직장을 다녀도 아파트 한 채 마련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수도권의 이야기가 아니고, 세종시와 그 주변에 살고 있는 우리 시대 슬픈 젊은이들의 자화상이다. 세종시에서 부동산 투기와 공무원 특공, 인구 블랙홀까지 이런 불공정을 도려내지 않고는 앞으로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은현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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