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저기는 안 오를 것 같았는데…" 대전지역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혀를 찼다. 입지도 아니고 학군도 아니고 애매하다는 얘기다. 최근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 국민평형이라고 하는 30평형대 한 채가 11억 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됐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3배 가까이 웃돈이 붙었다. 정부와 시장의 공조로 만들어낸 `로또청약` 광풍의 한 단면이다. `공무원은 특별공급으로 몇 억 씩 해먹는다는데 결국 상투 잡은 건가요?` 영혼까지 끌어모은다(영끌)기보다 영혼을 팔아넘긴다는 게 정확할 것 같은 아파트 매수의 상승장에서 걱정이 밀물처럼 차오른다. 누군가는 금융비용 댈 걱정에 밤잠조차 이루지 못한다.
벚꽃 잎 떨어진 자리엔 곧 매미가 차고앉아 울 것이다. 뙤약볕 나무그늘 아래에서 한여름 매미 울음소리를 지치도록 들어야 숙살(肅殺) 같은 가을이 온다. 김훈은 `잎`이라는 산문에서 "봄에는, 봄을 바라보는 일 이외에는 다른 짓을 할 시간이 없다. 지나가는 것들의 찬란함 앞에서 두 손은 늘 비어 있다. 나는 봄마다 속수무책으로 멍하니 바빴다"고 썼다. 포근한 봄바람 타고 꽃잎은 나풀거린다. 이 시대 최고의 환금성 자산 아파트 가격은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금 가격이 어깨쯤인지, 머리끝에 올라 상투를 잡았는지 말만 무성하다. 하릴없이 창밖 봄 풍경에 취할 밖에. 문승현 취재3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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