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임혜숙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이 상급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임 장관에 내정됐다. 임 이사장의 장관 발탁과 관련해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취임 100일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는 점이다. 이게 걸렸는지 어제 임 이사장은 "NST에 가장 송구스런 부분"이라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쨌든 과기부 산하기관 수장에서 장관으로 수직 이동은 기정사실이 됐다. 대체로 과기계에서는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공공연구노조는 논평에서 NST 표류를 우려하면서 "과학기술계 혼란을 가중시키는 인사"라며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임 이사장의 장관 발탁에는 양면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지만 NST로서는 또 수장 공백이라는 난감한 처지에 봉착하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NST는 25개 출연연들의 연구실적 평가와 육성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이를테면 과기계의 사령탑 같은 기관이다. 이런 기관 고유의 특성과 업무의 전문성 등 때문에 NST 이사장 책무는 막중하기 이를 데 없다. 사실 임 이사장도 지난 1월 NST 이사장직에 연착륙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중책을 맡았는데 불과 3개월만에 떠나는 입장에 섰다. 출연연 컨트롤 타워 격인 NST 이사장 자리가 이런 식으로 불확실성 기류에 빠져 들게 되면 출연연 종사자들 집단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일각에서는 임 이사장이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NST 이사장으로 입성할 때를 소환하며 임기 반년도 안 채운 채 장관에 내정된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요컨대 3개월 앞을 내다보지 못한 NST 이사장 임명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이 배어있음을 엿보게 한다. 임 이사장의 퇴장과 맞물려 향후 후임 NST 이사장 인선 작업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이 길어지다면 출연연들의 특화된 연구역량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NST는 글로벌 과학기술 전장에서 싸우는 함대의 기함(flagship)에 비유된다. 이 기함의 함장이 부재하면 산하 25개 출연연 깃발을 단 구축함 또는 호위함들에 대한 통합 리더십 공백 현상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출연연 종사자들 R&D(연구개발) 전의가 꺾일까 저어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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