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에서 수학하던 동문 5명이 같은 날 세상을 떠났다. 20대 초·중반인 이들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향한 잎을 제대로 펴 보지도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지난 15일 자정쯤 건양대 같은 과 선·후배 5명이 탄 준중형 렌터카가 충남 논산 탑정호 저수지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숨졌다. 경찰에선 사고 주변 CCTV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술을 마셨을 것이다", "위험한 구간에서 너무 속도를 낸 것이 아니겠느냐", "운전자가 보험 자격이 안 된다더라" 등 사고와 관련해 여러 말들이 어지럽게 퍼지고 있다. 경찰의 조사 결과를 통해 확실한 원인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모든 말들은 추측이자 가능성이고, 유족들에겐 다시 한 번 가슴에 못을 박는 상처들이다. 그들을 위한 추모가 먼저다.

확실한 게 없는 것은 아니다. 사고 현장을 직접 둘러보면, 현장 곳곳에서 이번 사고는 인재가 아니였겠느냐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탑정호 일대는 `라이더들의 성지`로 불리는 곳 중 하나다. 도심 근처에다가 경관도 좋고, 주변 도로 상태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노면은 요철이나 포트홀 등 주행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찾아 보기 어려울 정도다. 오토바이 운전자뿐 아니라 일반 차량 운전자들도 드라이브를 즐기는 곳이다.

문제는 안전망도 찾아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감속 주행을 유도하는 방지턱은 고사하고 규정속도 위반을 단속하는 무인단속기, 이를 안내하는 표지판이나 노면 속도 표시도 없는 곳이 상당하다. 저수지 추락 방지를 위한 방호 울타리 상태도 취약하다. 소재는 강판이 아니라 차량 충돌에 쉽게 무너질 수 있고 높이도 낮아 과연 울타리로서 기능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간다. 만약의 사고를 대비하기엔 허술하기 짝이 없다.

탑정호에선 국내 최장 출렁다리가 공식 개통을 앞두고 있다. 지역 관광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많은 방문객들이 출렁다리를 찾을 것이 뻔한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안전망 구축이 먼저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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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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