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방위적 압박에 100여 곳 '퇴출 위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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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개에 이르는 국내 가상화폐(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상당수가 무더기로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종합 검증` 역할을 맡은 시중은행이 만일의 금융사고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까다로운 심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화폐 거래소들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신고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했다.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해당 거래소(가상자산 사업자)의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 결과를 토대로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확인하고 `믿을 만하다`고 판단될 때만 실명계좌를 내주라는 의미다.

하지만 은행권의 분위기로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실명계좌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을 통해 5-6개 거래소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상담을 받았지만 솔직히 본격적으로 위험 평가를 진행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시스템이 열악한 업체들이었다"고 전했다.

거래소들이 생각하는 심사 통과 기준과 은행이 생각하는 기준 사이 격차가 매우 큰 상태라 기준을 통과할 거래소가 한 곳이라도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가상화폐 투자가 과열되자 정부가 뒤늦게 18일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사기 등 불법행위를 막겠다며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 방침까지 발표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은 비상이 걸렸다.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계속 영업하려면 6개월의 법 적용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말까지 실명계좌를 어떻게든 확보해야 한다.

가상자산과 금전의 교환 행위가 없다면 실명 계정 확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경우 해당 거래소는 가상화폐를 원화로 바꾸는 거래 시장을 열 수 없기 때문에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100여 개로 추정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NH농협·신한·케이뱅크 등 은행들과 실명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단 4곳뿐이다.

하지만 실명계좌를 갖춘 이들 거래소 역시 다시 평가를 거쳐야 하는 만큼 안심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4대 거래소 중 한 곳과 거래하는 은행의 관계자는 "거래 중인 거래소로부터 안전성 등 관련 증빙 서류를 다시 받아야 한다"며 "이 거래소가 새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법이나 제도가 거의 없는데다 투자자 개인들은 거래소의 갑작스런 폐쇄까지도 염두에 두고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장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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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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