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 오염수 쫓는 분석기술을 통해 바닷물 속 원자력 물질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방사성 오염수 쫓는 분석기술을 통해 바닷물 속 원자력 물질을 분석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등을 목적으로 한 연구개발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관이다. 원자력 에너지와 관련한 연구만 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다양한 분야의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의료·바이오, 항공·우주, 국방, 환경, 에너지 등 첨단 기술 분야의 기초연구가 대표적이다. 특히 원자력을 이용한 기술을 통해 각종 환경문제와 사회현안을 해결하는데도 목적을 두고 있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과 관련해서도 원자력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저에너지 전자가속기 활용해 악취 제거=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악취와 관련한 민원은 2만 건에 육박한다. 악취는 사람에게 불쾌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산업분야에서도 2005년 악취관리법이 제정됐다. 이후 악취 배출 규제가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2019년부터는 규제 권한 또한 지자체에서 환경부로 일원화되면서 기업경영에 큰 고려 요소로 부상했다.

기존의 악취 제거 기술은 악취 유발 조건에 따라 제거 효율 편차가 크고 다량의 화학약품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2차 오염을 유발하는 한계가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저에너지 전자선을 이용해 산업악취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나섰다. 원자력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악취 관련 전문기업과 함께 `저에너지 전자가속기 기반 악취제거 융합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연구소기업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저에너지 전자가속기 기반 악취제거 융합시스템`은 전자가속기에서 가속된 전자가 악취 원인물질의 분자결합을 분해하는 기술을 이용한다. 악취를 포함하는 공기를 저에너지 전자가속기의 흡입구로 통과시켜 그 안에서 전자가 악취 유발 원인물질의 분자구조를 분해한 후 배출구로 공기를 내보낸다. 가속기 안에서 전자빔을 쪼인 악취물질은 화학결합이 절단되면서 분자구조가 깨지는 특징을 활용해 악취를 없애는 방식이다.

원자력연이 개발한 이 기술은 지난해 11월 실증실험을 거친 결과 제거 효율 99%에 이르는 효과를 보였다. 산업현장의 악취뿐만 아니라, 육상하수슬러지처리장, 분뇨악취 등 심각한 악취 유발 시설에도 적용 가능하다. 특히, 대형병원의 공조시스템에 적용하면 실내공기를 매개로 한 병원내 감염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기술대비 약 2배 효율이 좋은 간헐폭기 침출수 정화기술 이전=간헐폭기는 특정 시간 간격을 두고 산소를 주입했다 차단하기를 반복하는 정화처리 장치다.

기술산업폐기물 매립장은 폐기물뿐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침출수를 제대로 정화하지 않으면 환경오염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주거 환경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연구원이 기존 기술대비 약 2배 효율이 좋은 정화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나선 점이 주목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기술은 오염물질의 90%를 정화하는 효과를 지녔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의 침출수는 다양한 유기화합물과 무기 이온이 섞여있어 일반 폐수에 비해 분해가 어려운 난분해성 침출수로 분류된다. 현재 산업폐기물 침출수 정화에 널리 사용되는 기술은 폐수 속 물질을 분리하지 않고 다양한 미생물들을 한꺼번에 투입해 정화한다.

각기 다른 미생물의 활성화 조건을 고려해 산소를 차단한 1차 정화조와 산소를 투입한 2차 정화조를 거치면서 정화하는데, 미생물의 활성화율이 낮아 정화 효율이 떨어진다.

◇방사성 오염수 쫓는 분석기술 개발=최근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기로 결정하며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사전에 오염을 차단할 수 없다면 오염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감시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원자력연은 스트론튬-90이라는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대표적인 방사성물질을 기존보다 10배 빨리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바다에서 방사성 오염수가 어떤 경로로 확산돼 가는지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방사성 오염수의 향방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시간을 3주에서 단 이틀로 단축시켰기 때문이다. 바닷물 속에는 여러 가지 물질이 녹아 있어 분석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개선된 것이다. 특히 스트론튬-90과 화학적 거동이 유사한 물질이 많아 정확히 분리해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환경 감시기관이나 규제기관 역시 바닷물에 특정 이온을 추가해 탄산스트론튬(SrCO3)으로 변화, 침전시키는 과정 등을 수차례 반복해 스트론튬-90의 양을 분석하는 침전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기술은 스트론튬-90(Sr-90)은 시간이 지나면 베타선을 방출하면서 이트륨-90(Y-90)으로 변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트론튬과 이트륨의 양이 같아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트륨-90을 흡착하는 수지와 자체 개발한 자동핵종분리장치를 이용해 이트륨-90으로 스트론튬-90의 양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분석법을 개발했다.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 해류를 타고 이동하는 시점은 사고가 발생한지 이미 수 일에서 수개월이 지난 후가 대부분으로, 표본 채취 후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이 중요하다.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하려면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로 오염수 확산 범위와 이동 경로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사고 상황이 아닌 일상적인 환경 감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 점에서 원자력연구원의 신속분석법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원자력을 잘 활용할 경우 산업부터 환경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들을 위한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임용우 기자

*이 기사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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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이 개발한 간혈폭기를 활용한 미생물 침출수 추출기 구동 예시.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이 개발한 간혈폭기를 활용한 미생물 침출수 추출기 구동 예시.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저에너지 전자가속기 기반 악취제거 융합시스템.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저에너지 전자가속기 기반 악취제거 융합시스템.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정문에 위치한 표지석.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정문에 위치한 표지석.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임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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