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도 타지역 시설 이용해야…인구 증가 등 도시 성장 대조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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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세종시에 정착한 이모(31)씨는 주말이면 공연이나 전시 등을 즐기기 위해 서울로 향한다. 세종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 생활을 위한 시설이 충분치 못하다는 생각에서다.

이씨는 "교통비가 아깝긴 하지만 보고싶은 공연이나 미술품을 감상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가끔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하면 대전으로 갈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세종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46)씨는 최근 자신이 사용하는 주방용 가전제품 수리를 위해 대전에 다녀왔다. 해당 제품의 수리가 가능한 서비스 센터가 세종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생활에 필수적인 가전제품이긴 하지만 수리를 위해 대전까지 가야 한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었다"며 "세종에 살면서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2022년 출범 10년을 맞는 세종시가 자족 기능을 갖춘 `행정수도`로 발돋움 하기 위해서는 시민 편의를 위한 인프라 확충 등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 증가로 인한 꾸준한 양적 성장에도 생활,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들에게 만족감을 줄 만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이유에서다. 게다가 생활의 질과 밀접한 문화·쇼핑 등 향유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은 역외 소비 증가를 초래, 지역 경제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20일 세종시의 `2021 시정 주요 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역 영화 상영관을 제외, 공연이 가능한 시설은 공공 공연장 1개소와 민간 공연장 1개소 등 총 2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공연과 함께 문화생활의 한 축을 이루는 미술 전시를 위한 공간은 전무한 상태다. 지역 전시시설 중 박물관은 6개소가 운영되고 있는 반면 미술관이나 화랑은 세종시 출범 이후 지금까지 문을 연 곳이 없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시민들의 만족도도 매우 낮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시민 만족도 조사(2018년 세종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종시민 절반이 거주지 인근에 문화·여가 생활 시설이 조성돼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48.9%가 문화, 여가 생활을 위한 시설 또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고 답했으며 `보통`이라는 의견은 28.7%, 긍정적인 답변은 22.4%에 머물렀다. 특히 면 지역은 부정적인 의견(70.3%)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았다.

여기에 소비 생활을 위한 인프라가 미흡한 점도 시민들의 생활 불편을 초래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나성동에 입지만 마련돼 있을 뿐 유치가 요연한 백화점 등 생활 편의를 위한 시설이 부족, 인근 대전이나 수도권으로 향하는 수요가 상당한 상황이다. 이 같은 경향은 역외 소비에서 두드러진다.

시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세종시민은 하나카드 전체 소비액 5700억 원 중 절반이 넘는 3040억 원(53.4%)을 타 지역에서 사용했다. 또 농협카드의 경우에는 전체 7184억 원 중 60.7%(4360억 원)가 역외에서 소비됐다. 지역별 역외소비 1위는 서울, 2위는 대전 이었으며 업종별로는 유통에서 가장 많은 소비가 이뤄졌다.

아울러 세종시 출범 이후 아직까지 헌혈의 집이 없다는 점도 시민들이 느끼는 아쉬움 중 하나다. 때문에 헌혈을 원하는 시민들은 대전 등 인근 지역 헌혈의집으로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주부 박모(41)씨는 "세종에 이사오기 전에는 집 근처에 헌혈의 집이 있어 정기적으로 헌혈을 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헌혈을 하려면 대전이나 공주에 있는 헌혈의 집을 가야 되는 만큼 이전보다는 횟수가 줄었다"고 밝혔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회 세종의사당 이전 등 현안과 함께 인구가 30만 명 대인 세종시의 과도기적 상황이 맞닿아 있는 문제"라며 "현안들이 해결되면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것이고 문화 인프라 등을 포함한 자족기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문·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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