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NK세포 기술을 개발한 최인표 생명연 면역치료제연구센터 박사. 사진=생명연 제공
NK세포 기술을 개발한 최인표 생명연 면역치료제연구센터 박사. 사진=생명연 제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국내 대표 바이오 분야 전문 연구기관이다. 기초연구에서부터 보건의료, 식량증산, 바이오신소재 개발에 이르기까지 첨단 생명공학 연구성과를 통해 35년간 국가 바이오 분야 경제 발전을 선도해 왔다. 현재 `건강한 삶과 바이오 경제를 구현하는 글로벌 리더`라는 비전하에 미래 바이오 성장동력 창출, 국가아젠다 해결, 바이오인프라 선진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생명연은 최근 암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조혈줄기세포에서 활성이 뛰어난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NK세포)를 분화하고 대량증식해 백혈병과 폐암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초고령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암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항암제 내성이나 암 재발,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될 경우 치료가 어려워 여전히 생존률이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최인표 생명연 면역치료제연구센터 박사팀이 항암 NK세포치료제를 활용해 난치성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됐다. 면역세포의 일종인 NK세포는 최전방에서 암세포를 찾아내 파괴하는 세포다. 특별한 자극 없이도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살상물질을 가지고 있어 암 치료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NK세포 기반 항암면역세포 치료제 기술은 인체 주입 후 자체 증식하지 않고도 암세포를 공격해 서서히 소멸되게 한다. 때문에 T세포 기반 면역세포 치료제에 비해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치료비용도 기존보다 절감돼 경제성과 시장 확장성도 우수하다. 자기 세포뿐만 아니라 타인의 세포도 활용할 수 있어 기성품 치료제로도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암환자들에게는 이 NK세포의 수와 기능이 저하돼 있다.

최인표 박사 연구팀은 조혈줄기세포의 분화를 조절해 NK세포의 대량생산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양적으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세포 수를 얻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후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이규형 교수팀과 공동으로 임상연구실을 구축하고, 식약청 승인 하에 암환자를 대상으로 연구자 임상을 진행했다. 공동연구진이 NK세포를 이용한 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 효과에 대한 임상 2상 결과, 반일치 골수이식 후 NK세포를 투여할 경우 투여하지 않은 환자그룹에 비해 재발률이 절반 수준으로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환자 생존율은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골수이식학회지에도 발표됐다.

연구진이 개발한 NK세포치료제는 향후 다양한 항암면역치료제의 플랫폼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항체와 항암제, 유전자 등과 혼합해 기존 치료제로 호전이 불가능한 난치성 암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인공지능과 접목해 보다 정밀한 맞춤 치료 기술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생명연 면역치료제연구센터는 NK세포와 관련해 CAR-NK 세포 치료제, 역분화기술을 이용한 iNK(induced NK) 세포 치료제 등의 연구도 활발히 수행하며 유전자세포치료제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향후 여러 항암제와 병행 치료가 가능한 혼합 NK세포치료제를 개발해 치료 효능을 더 높이고 암 정복에 한 발 더 다가설 계획이다.

연구를 수행한 최인표 면역치료제연구센터 박사는 "1991년 생명연 면역학실에 들어온 이후 30년간 꾸준히 면역학 연구에만 매진해 왔다"며 "`한 우물을 파야지 업적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한 가지 주제를 30년 동안 계속 연구했고, 이렇게 기반을 쌓은 결과 좋은 결실을 맺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장성 생명연 원장은 "NK 세포치료제는 차세대 항암면역치료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특히 치료 비용 측면에서 상업적으로 유리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과의 협력, 기술 이전 등으로 임상을 거쳐 신약개발을 성공하게 되면, 항암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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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세포가 암 세포를 죽이는 과정. 사진=생명연 제공
NK세포가 암 세포를 죽이는 과정. 사진=생명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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