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출범 9년 만에 인구 40만 명을 바라보는 도시로 성장했다. 공공기관 이전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도시의 면모를 제법 갖추고 있다. 중소도시를 벗어나 강소도시, 대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세종시의 신도심인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정부부처의 3분의 2가 자리하고 있고, 국회 세종의사당이 들어서면 행정뿐 아니라 정치까지 아우르는 행정수도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유사 이래 세종시만큼 빠른 시일 내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 면모를 갖추게 된 사례는 찾기 힘들다.

도시 인프라를 살펴보면 세종시의 신도심인 행복도시는 건축박물관이나 다름없다. 공공건축물들은 하나같이 다 특화됐다. 행복도시의 랜드마크인 정부 세종청사는 4-8층 높이에 지붕을 연결해 전체 건물을 잇고 자연의 곡선을 그대로 살렸다. 세종청사의 옥상정원은 축구장 11개 면적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국립세종도서관은 2013년 개관이래 행복도시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금강의 돛단배를 형상화한 한두리대교, 국내 최초 V자형 주탑 교량 학나래교, 국내 최초의 개방형 U형 고저주탑 사장교인 아람찬교 등 교량까지 특화했다.

이처럼 세종시는 단기간에 규모를 키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전한 구석이 많다. 시민들이 즐겨 찾을 만한 전시·공연 공간, 각종 행사 후 1박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 등 생활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쇼핑공간이나 골목상권, 회의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대전까지 원정 쇼핑, 원정 외식, 원정 숙박을 가야 한다. 세종시 출범 이후 개관한 박물관은 6개나 되지만 미술관이나 화랑은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기업체 부족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것도 힘들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세종을 떠나 수도권이나 대전으로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하나의 도시가 SOC만 갖춰져 있다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세종시는 지금까지 양적인 팽창에 몰두했다면 앞으로는 질적 성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이 이전했고 국회 세종의사당이 온다고 곧바로 행정수도가 될 수는 없다. 세종에서 2% 부족한 생활문화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는 삭막한 도시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힘들다. 세종대왕의 이름에 걸맞은 문화도시로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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