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 물갈이 시즌을 맞아 충청 정치인들의 당지도부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졌지만 잘 싸운 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데 이어, 이번엔 황명선 논산시장이 당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 최고위급 의사결정기구 진입을 도모하고 있다. 지역 여당 의원중 당권 경쟁 레이스에 나선 이가 부재한 현실임을 감안하면 황 시장의 도전장에 의미가 배가된다. 가정이지만 여당 지도부와 연결되는 충청 유일의 인적 채널마저 막혀버리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야말로 낭패이고 당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오는 26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둔 국민의힘에서는 충청 주자 자격으로 김태흠 의원이 `사생취의(捨生取義)` 정신을 내세우며 전의를 가다듬고 있다. 현재로선 김 의원을 포함해 3 파전으로 갈 공산이 커보인다. 앞서 민주당 경선 때는 양자 대결 구도에서 지역 출신인 박 의원의 원내사령탑 도전이 불발된 바 있어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김 의원의 경선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할 것이다. 김 의원까지 패퇴한다면 두 거대 정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충청 출신 중견 의원 2명이 나란히 당내에서 `기피`되는 얄궂은 기록 아닌 기록을 쓰는 운명에 처한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고 이는 정치 영역이라고 다를 바 없다. 애초 가능성이 희박한 데도 무모하게 나서는 바람에 패배를 떠안았다면 본인들 유책으로 치부하면 그만일 터다. 그런데 박 의원이나 김 의원 모두 경선 링에 오를 만한 자격면에서 크게 부족하지 않다 할 것이다. 정치적 내공이나 의정활동을 통해 축적된 정책 역량도 상당히 숙성돼 있는 만큼 주눅들 하등의 이유가 없었고 두 사람은 주저함 없이 스케줄에 맞춰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3선 정도 반열에 올랐으면 중앙 정치무대에서 큰 카드를 걸고 평가의 시험대에 오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 과정과 내용, 결과까지 나중에 정치자산으로 환원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칼을 뽑았으면 게임의 판을 주도하는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원내대표 경선의 경우 단기전 속성 탓에 저울추가 기울면 경쟁이 버거워질 수 있다. 여야 원내대표직이나 당대표직이 난공불락은 아닐 것이다. 여야 진영을 떠나 누군가는 길을 뚫어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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