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방지턱·울퉁불퉁한 보도블록·퍼스널 모빌리티 등 '다중고'

지난 28일 저녁 대전 서구 월평동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유선경 씨가 도로로 주행하고 있다. 사진=이태민 수습기자
지난 28일 저녁 대전 서구 월평동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유선경 씨가 도로로 주행하고 있다. 사진=이태민 수습기자
"휠체어 앞바퀴 좀 들어주세요. 뒤에서 한 번 밀어 주시고. 아, 무서워요"

지난달 29일 저녁 대전 서구 월평동의 한 보행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유선경 씨의 퇴근길은 출발한지 1분도 되지 않아 방지턱에서 막혔다. 차도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턱이 평평하지 않을 뿐더러 경사로가 높아 행인이 돕지 않고는 진입할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인도로 올라왔지만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며 위태롭게 흔들렸다. 유씨는 "보도블록이 튀어나온 곳에 바퀴가 걸려 앞으로 고꾸라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어두운 시간대에 자전거 통행로와 보행로의 경계는 무용지물이었다. 때문에 비좁은 인도에서 휠체어와 퍼스널 모빌리티가 부딪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잠시 뒤, 힘겹게 통행을 이어가던 유선경 씨는 난색을 표했다. 인도에 주차된 전동킥보드가 앞길을 가로막아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머뭇거리던 유씨는 결국 도로로 향했다. 바로 옆으로 차들이 속도를 내며 지나가는 위험한 상황이 펼쳐졌다. 유씨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매일같이 목숨을 건 출퇴근을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휠체어 이용자에게 열악한 보행 환경 개선을 위해 대전시의 의지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남 여수시 등 타 지자체에서 `무장애도시` 조성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도심 정비에 나서는 등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고자 시동을 거는 모습이 포착되면서다. 대전시의 경우, 지난해 제정한 `유니버셜 디자인 조례`가 있지만 장애인 뿐 아니라 모든 시민이 공공시설물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디자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물리적 장애물이나 심리적 장벽을 없애기 위한 디자인`을 의미하는 배리어 프리 디자인(Barrier-free design)과 구별된다. 관내 무장애도시 조성 관련 조례는 지난 2019년 대덕구에서 제정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에 관한 조례`가 전부다.

이에 대해 대전시 한 관계자는 "새로 설치되는 공공시설물의 경우, 배리어 프리 인증제도를 통해 장애물 없는 환경을 조성 중"이라며 "배리어 프리 인증 범위에 기존에 설치된 공공시설물은 포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달부터 설문조사 등 자체 조사를 통해 시민들이 인도 등 공공시설물을 이용하며 겪는 불편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라며 "장소별로 사업유형과 거리 등을 지정해 유니버셜 디자인에 맞게 단계별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원 기자·이태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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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저녁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휠체어가 보수 중인 인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이태민 수습기자
지난 28일 저녁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휠체어가 보수 중인 인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이태민 수습기자
지난 28일 저녁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휠체어 뒤로 차량이 멈춰서고 있다. 사진=이태민 수습기자
지난 28일 저녁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휠체어 뒤로 차량이 멈춰서고 있다. 사진=이태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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