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5시 50분쯤 대전 서구 도마동 소재의 한 인력사무소 앞. 이날 사무소 앞에는 구직자 10여명이 모여 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사진=천재상 기자
10일 오전 5시 50분쯤 대전 서구 도마동 소재의 한 인력사무소 앞. 이날 사무소 앞에는 구직자 10여명이 모여 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사진=천재상 기자
어스름한 새벽녘이 짙게 깔린 10일 오전 5시 30분쯤. 대전 서구 도마동에 위치한 한 인력사무소에는 일거리를 찾아 나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최근 지역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며 일거리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중년의 구직자들은 작업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자신이 이름이 불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오전 5시 50분을 넘어서자 호명된 구직자들은 인력사무실 앞으로 도착한 승합차에 몸을 싣고 작업장으로 향했다. 반면 일거리를 찾지 못 한 구직자들은 사무소 안에 남아서 호명을 기다려야만 했다.

이날 인력사무소로 나온 구직자 은모(62)씨는 "최근 들어 일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났다. 30년 넘게 이 일을 해왔는데, 이렇게 일거리가 없던 적은 처음"이라며 "그나마 있는 일자리도 외국계 노동자들이 전부 차지해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인력사무소장은 최근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경기가 어려워지며 지역 건설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일자리는 물론, 인력사무소로 나오는 구직자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사무소장 임모(62)씨는 "지역에 대규모 건설 현장이 없어지며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었다. 일자리가 없으니 구직자 또한 감소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하루 100명이 넘는 구직자가 사무소를 찾았다면, 최근에는 30명 남짓한 사람만 찾아온다. 타 인력사무소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구직난에 신음하는 것은 지역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지역 대학생들은 코로나 여파와 최저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아르바이트가 줄자 취업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자격증 공부에 매진하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11시쯤 지역 한 대학교 도서관 열람실에는 토익과 컴퓨터활용능력 등 자격증 취득에 매진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다`고 푸념했다.

대학생 박모(25)씨는 "학생들이 주로 취업하던 카페, 음식점에서 파트타임 일자리를 없애거나 대폭 줄여버렸다. 코로나19 영향 때문인 것 같다"며 "당장 구하기 힘든 아르바이트 자리보다는, 자격증 등 `취업스펙`을 쌓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역에 불어온 고용한파는 실업인정 신청건수 증가로도 가늠할 수 있다. 대전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5일까지 실업인정 신청건수는 9만 604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한 수치다.

최근 구직 급여 신청을 한 시민 A씨는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던 중 권고사직을 받았다. 최근 어린이집 영유아 감소로 운영이 어려워서 그런 것 같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교육·보육시설 종사자들이 대거 실직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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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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