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준 대전권 경로당 825곳, 일부 공용 화장실 여전
정부·지자체 민간 공용화장실 분리 사업에도 경로당 외면

대전지역 노인들이 경로당 화장실 이용에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대전시와 자치구는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 신축 경로당을 제외하면 대다수 노인들이 남녀 공용화장실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지자체가 추진하다 중단한 민간 공용 화장실 분리 사업을 경로당으로 확대,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7년부터 근린시설 설치 시 바닥 면적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남녀 분리형 화장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알리기 위해 지난 2019년 민간 공용화장실을 남녀 화장실로 분리하는 지원 사업을 펼쳤다. 대전 지역에서는 중구와 유성구, 대덕구도 발 맞춰 관련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9년 이후 사업 추진이 지속되지 않은 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사업 당시에도 정부와 지자체는 `민간` 공용 화장실 분리에만 열을 올린 까닭에 최일선 노인 복지시설인 경로당은 사업에서 완전 배제됐었다.

2019년 기준 대전지역 경로당은 총 825곳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런데, 경로당 내 공용화장실 설치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집계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실종된 게 현실이다.

대전지역 경로당은 최대 남녀 40여 명이 생활하는 곳이 적지 않다. 남녀 노인들이 화장실 1곳을 사용하면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일부 경로당의 경우 화장실이 건물 외부에 위치해 있어 겨울철 안전 사고 발생 우려도 상당한 실정이다.

동구 신안동 한 노인은 "여기 경로당은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 외부에 공용화장실이 있다"며 "겨울철에는 눈길에 미끄러져 다치지는 않을까 항상 모두가 조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우리는 남자가 대 여섯 명으로 적은 편이라 민망함을 어느 정도 감수하는데 여자와 남자 20명씩 있는 경로당은 많이 불편해 한다. 누구 하나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대전 한 자치구 관계자는 "신축 경로당은 할아버지 방과 할머니 방에 각각 화장실을 설치하는데 대부분 경로당은 화장실이 1개 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일부 노후 경로당은 건물 외부에 공용화장실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손희역 대전시의원은 "신도심은 경로당 화장실이 분리되고 있는 추세지만, 원도심은 아직도 공용 화장실이 많다. 일부는 경로당 외부에도 화장실이 없어, 노인들이 인근 민간 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공용화장실을 사용하는데 불편함과 민망함을 느낄 수 있다. 대전시와 자치구가 경로당 내 공용화장실을 분리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박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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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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