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충남지사가 12일 세종시 지방자치회관에서 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여당 내 다수의 대선 주자들이 있지만 양 지사의 출사표는 의미 있게 와 닿는다. 우선 정치 지형 상 캐스팅 보드 역할을 하는 충청권에 뿌리를 둔 대선 후보라는 점이 주목된다. 비록 뒤늦게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지만 충분히 대선판을 흔드는 복병이 될 수 있다. 전국적인 인지도가 낮아 불리할 듯 보이지만 그만큼 확장성이 넓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당헌 당규대로 올 9월까지 대선 후보를 뽑는다면 4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다.

양 지사는 그동안 대선을 앞두고 차근차근 내공을 쌓아 왔다. 4선 국회의원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출신으로 정치력과 행정력을 골고루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극화·저출산·고령화 등 보건복지 분야에 대해서는 다른 후보들보다 조예가 더 깊다.

그의 출마는 충청대망론과도 무관하지 않다. 충청권에서는 더 이상 푸대접을 받지 않기 위해 충청권 출신 대통령을 배출해야 한다는 논리가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중심에 양 지사가 서 있고, 충청지역민들이 그를 대선판에 호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입증하듯 양 지사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는 허태정 대전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이춘희 세종시장 등 충청권 단체장과 문진석, 박영순, 어기구, 김종민 의원 등 충청권 국회의원이 자리를 함께 했다.

양 지사는 앞으로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총리, 정세균 전 총리 등과 겨뤄야 한다. 이들에 비해 인지도가 부족하고, 출발이 뒤진 건 분명하다. 대권 후보 여론조사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할 정도로 저평가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래저래 불리한 형국이지만 시작에 불과한 만큼 충분히 반전의 기회는 올 수 있다. 충청을 기반으로 영호남과 수도권으로 외연을 넓혀 가면 지지도는 올라갈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초반 지지율 1%대에 불과했지만 결국 대권을 잡았다. 양 지사가 전국 투어를 하면서 정치 철학을 설명하고, TV나 지상 토론을 벌이면 국민들의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그의 내공이라면 선발 주자와의 격차를 충분히 좁힐 수 있다. 아직 군소후보로 분류되는 양지사의 아름다운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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