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신 유성중 교장
정상신 유성중 교장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이 있어 감사의 달이기도 하다. 예년 같으면 감사하고 사랑하는 분들을 찾아 마음을 전하고 행복과 희망을 나누며 지내련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마음만 아쉽다.

평생을 학교에서 지낸 사람이기에 세련된 이론보다는 투박한 교육현장의 체험적 관점에서 학교를 생각해본다. 학교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안전하게 성장하는 공간이고, 좀 더 큰 학생들에게는 세상을 향해 꿈을 키워나가는 성숙의 공간이 된다.

학교는 둥지와 같다. 그리고 선생님의 열정과 헌신은 둥지를 이루는 든든한 버팀과 같은 것이다. 둥지는 비바람에도 강해야 하고 성장에 필요한 양분과 훈련도 지속적으로 보충해야 한다, 선생님은 힘들어도 묵묵히 둥지를 지켜내고, 기필코 히말라야도 넘을 날갯짓을 할 수 있는 철인을 키워내려고 일상을 통해 노력한다. 선생님이 된 사람들은 제자 욕심이 많은 거 같다. 도란도란 속마음을 열면 선생님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제자 양성이라고 한다. 제도로서의 교육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세파가 험하다 보니 선생님들을 흔들고 둥지를 왜곡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기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슬프지만 현실이 그렇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선생님들을 흔들어 둥지를 받치는 소망과 열정을 식게 만들면 `우리가 교육을 통한 희망을 꿈꿀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미래의 파고를 넘으려면 교단의 열정을 더욱 살려야 하는데 말이다.

지난 20년동안 교단을 흔드는 정책들이 유죄라고 말하고 싶다. 우여곡절 끝에 도입한 교원평가제이지만 평가 결과가 활용되고 있는가? 아니다. 선생님들 사기만 꺾고 있을 뿐이다. 성과급은 어떤가? 차등 지급되는 성과급은 학교 내 갈등과 자괴감만 불러왔을 뿐이다. 사막의 옷 벗기기 우화가 생각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 교원지방직화 시도, 교원임용 교육감 선발제 제안, 고교학점제 무자격 기간제 교사 배치 계획, 돌봄교실 운영 갈등 조장 등 교육정책들이 학교를 시끄럽게 만들었음을 기억한다. 더욱 불편한 것은, 특정 기관에서 발생한 투기 비리를 조사한다며 갑자기 교원을 전면에 내놓는 전교원재산등록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직·간접 관계자인 의원과 위원이 아닌 교원을 굳이 앞세운 것은 비리의 본질을 희석하자는 의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 또한 교원을 잠재적 비리 집단에 포함시킴으로써 사기를 꺾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마운 일은 선생님들이 이런 세태를 참으로 마땅치 않게 생각하면서도 학교를, 아이들의 둥지를 따스하게 움켜쥐고 토닥토닥 아이들과 소통하고 아이들을 잘 길러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며칠 전 몇 분 선생님들의 초대로 퇴근 후 카페에 갔다. 이런 흔들림 속에서도 그분들은 코로나로 인한 학습격차 해소 수업 방안을 진지하게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고 나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다. 교과무학년제, 수준별 학급, 학급 내 수준별 수업, 게임활동수업, 과제수업 등등 모든 처방이 탁자 위에 올라왔다. 누구도 정답을 지정할 수 없었다. 그 모든 것이 선생님의 교실 판단과 수업결정권에 성패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선생님들의 교육활동권을 깊은 이해심으로 보장하고 사기를 고양해 그들의 열정을 지켜내야 한다.

교육에 침착하면 답이 보인다. 선생님에게 아이들을 마음껏 사랑할 수 있도록 긍지를 살려주고 보람을 공감하고 이 모두의 상징인 5월 스승의 날을 돌려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선생님에게 등을 지는 교육정책으로는 교육을 찾을 수 없다. 교육은 현장에 있다. 선생님들께 존경과 사랑을 마음껏 보내는 오월을 그려본다. 정상신 유성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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