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이광형 KAIST 총장은
이광형 KAIST 총장은 "지금까지 KAIST 내에서 이뤄졌던 창업과 투자 경험 등의 노하우를 대전시에 접목시키려 한다"며 "대전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호철 기자
대담=맹태훈 취재3부장 겸 세종취재본부장

`괴짜`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붙는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그 누구보다도 미래를 향한 포부가 남다른 인물이다. 세상을 다른 각도로 보기 위해 TV를 거꾸로 보고, 학교 조직도도 거꾸로 붙여놓는다. 10년 후인 2031년 달력을 2021년 달력과 나란히 놓고 현재와 미래를 함께 구상하기도 한다. 그런 그의 10년 뒤 계획은 KAIST를 세계 일류 대학으로 올려놓는 것이다. 이 총장은 "KAIST가 주위와 관계가 소원하면 크게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며 KAIST의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와 활발히 교류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 총장은 취임 첫 날부터 `지역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KAIST 내에서 이뤄졌던 창업과 투자 경험 등의 노하우를 대전시에 접목시키려 한다"며 "대전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시가 대덕연구개발특구 50주년을 앞두고 추진 중인 재창조 사업에 대해서도 "KAIST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AIST가 가진 풍부한 인적 자원과 기술 인프라를 대덕특구 재창조에 필요한 핵심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 이 총장은 "KAIST는 AI와 빅데이터, 바이오헬스, 소부장 등 최고의 연구·창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덕특구 내 축적된 지식과 기술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의 첨단산업 창업 생태계를 실현시킬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대전의 인재 유출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젊은 인재들을 위해, 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수십 년 세월을 보낸 그가 볼 때 대전에 가장 필요한 무기는 `재미`다. 매년 유능한 인재들이 대전에 모여들지만, 졸업하면 떠나기 바쁘다. 이에 이 총장은 "대전은 풍부한 인적자원과 편리한 교통 등 구슬은 많은데 이걸 꿰는 실이 없다"며 "구슬을 꿰는 실은 `재미`다.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많이 생겨야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어 "매년 KAIST를 졸업하는 인재 중 10%, 아니 5%만 붙잡아도 대전은 엄청나게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려면 우선 재미있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덕특구에 재미가 더해져야 한다는 뜻도 피력했다. 그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은 대전밖에 없다"며 "매년 KAIST 졸업생 중에서 300명만 지역에 남아있어도 산업이 충분히 발전하게 될 거다. 이를 위해 젊은이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겨야 하고, 특히 연구단지에 활성화 될 필요가 있다. 연구단지의 불편한 교통 문제도 해결됐으면 한다"고 제시했다.

새로운 대전을 위해 `공부`가 필요하다는 쓴 소리도 덧붙였다. 이 총장은 "대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재 대전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이 공부하는 모임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성장이 정체된 대전의 발전을 위해선 `리더`가 중심이 된 `공부 모임`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대신 업무 목적이 아니라 꾸준한 `공부`가 우선이 돼야 한다는 것. 그는 "대전은 새로운 산업도 개척해야 하고, 첨단기술 동향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하지만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에 뭘 해야 할지 모를 수 있다"며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전 발전을 위해 토론하고 공부하는 모임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KAIST를 세계 일류 대학으로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인문학 분야를 강화하고 의사과학자 양성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공계 수재들이 모이는 KAIST에서 인문학이 강화돼야 하는 이유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총장은 "기존의 인문사회과학부를 디지털 인문사회과학부로 개편·출범할 것"이라며 "인공지능 시대에는 책의 지식이 컴퓨터 네트워크에 축적될 것이고, 이렇게 축적된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문제를 추론하고 발견하는 디지털인문학이 미래에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교양과목을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융합형 교육과정으로 전면 개편하겠다"며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분야 신임 교원과 연구원 등을 적극 충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2023년 개관을 목표로 미술관 건립 사업이 추진 중"이라며 "다양한 주제의 전시, 교육, 참여 행사 등을 통해 학생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폭 넓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외에도 미래 바이오·메디컬 사업과 글로벌 의료시장 창출을 위해 KAIST 의과학전문대학원 설립을 고대하고 있다. 실제 이공계와 의대 등이 융합 연구를 통해 기술 사업화를 이뤄내는 게 중요한 시대가 왔지만 KAIST는 아직 의전원이 없다. 이 총장은 "융합과학자이자 의사이며 혁신 창업가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라며 "정밀 의학 AI 연구와 개인 맞춤형 신약·첨단 치료 기기 등 첨단기술로 인류의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의사과학자를 육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에 "내년 대선 공약에 KAIST 의전원 설립이 반영되길 희망한다"며 "1980년대에 우수 인력이 전자산업을 일으켰듯이, 이제는 우수 인력을 융합의과학분야에서 키워내야 미래 먹거리와 국부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정리=정인선 기자

* 이광형 총장은 누구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사, KAIST 산업공학과 석사, 프랑스 INSA Lyon 전산학 박사를 거쳐 1985년 KAIST 전산학과·바이오 및 뇌공학과에서 교수직을 시작했다. 이후 KAIST 내에서 바이오 및 뇌공학과장, 교학부총장 등을 지내다 올해 2월 23일 제 17대 총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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