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시아드·바이오랩 공조 노력 미미-대구·광주, 철도 이어 아세안게임 동맹
소지역주의 탈피... 공동발전 추구해야

송충원 서울지사 정치부국장
송충원 서울지사 정치부국장
#1 대한체육회는 지난 7일 `2027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국내 유치도시로 충청 4개 시도를 최종확정했다. 이에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은 한 목소리로 해외 주요 도시와의 유치경쟁에서 이기고,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르겠다는 다짐을 내놨다. 하지만 유치신청서를 제 때 제출하려면 예비타당성 면제가 절실한 상황인데, 10일 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충북도지사를 제외한 충청권 광역단체장 그 누구도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2 이용섭 광주시장과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달 26일 국회에서 `2038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를 선언했다. 다양한 국제 스포츠제전을 치르면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 인프라에 더해 동서화합이라는 명분까지 더해진 만큼, 정치권의 전폭적인 지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통상 10-14년 전에 개최지를 발표하는 관례를 감안하면 빨라도 너무 빠른 행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내륙철도가 제외되자, 이를 재촉구하기 위한 명분찾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 스포츠제전은 단순한 체육분야 축제가 아니다. 개최지로선 지역을 전 세계에 홍보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대회 운영수입과 관광 등 직·간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며, 다양한 스포츠 인프라와 SOC를 확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무엇보다 전국 지자체들이 생활과 경제 면에서 기능적으로 연결,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메가시티 조성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인접한 광역지자체들이 이 같은 스포츠제전을 공동으로 유치할 경우 주민간 동질감을 도모할 수 있고, 광역교통망을 연계해 메가시티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공동으로 유치하겠다는 충청 지자체와 아세안게임 공동유치를 공식화한 대구·광주의 행보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충청의 경우 대전과 세종, 충남과 충북이 참여하는 공동유치단을 출범시켰지만, 광역단체별로 온도차가 느껴진다. 한 때 타 지자체가 미온적이라면 단독으로라도 국제 스포츠제전을 치르겠다고 했던 충북이 가장 적극적이며, 이는 민주당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향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유치하더라도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러내려면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데, 충청 민관정이 하나로 뭉쳐야만 가능한 일이다.

반면 `달빛 동맹`을 맺은 대구와 광주의 움직임은 일사분란하고도 응집력이 강하다. 공동유치를 공식화한 기자회견장에 광역단체장은 물론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의지를 불태웠으며, 내년 지방선거 핵심 공약화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충청이 공동유치를 추진 중인 유니버시아드대회보다 11년이나 늦게 진행될 아세안게임임에도 대구와 광주는 영호남 상생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벌써 전국적인 여론몰이에 나선 형국이다.

충청의 역량결집 부재는 스포츠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비 2500억 원이 투입될 초대형 국책사업인 `K 바이오 랩 허브`의 공모 절차가 한창이다. 애초 대전시가 제안한 사업이지만, 코로나19로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부가 코로나19 백신기업 `모더나`를 배출한 미국의 보스턴 랩 센트럴을 벤치마킹해 사업규모를 대폭 확대하자, 전국 지자체가 사활을 건 유치전에 나선 모양새다. 대전은 접근성과 대기업 생산시설을 장점으로 내세운 인천 송도와 치열한 경합을 펼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충청광역생활경제권의 한 축인 충북이 유치전에 합류함으로써 충청역량이 분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청인구가 호남을 넘어서면서 영호남 중심이 아닌 영·충·호 시대가 열렸다는 말이 나돈다. 하지만 중앙무대에서 충청의 역량이 타 지역보다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다. 충청의 공동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작은 역량이라도 결집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야야 할 때다.

송충원 서울지사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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