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어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와 관련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주문했다. 그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세종 의사당법의 6월 처리를 분명히 했다. 국회법 개정안이 이달 중 처리될 줄 알았는데 돌아가는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이제 국회의장까지 나선 듯하다.

하기야 국회법 개정안은 집권 여당의 전·현직 대표가 모두 공언한 사안인데도 여전히 답보 상태다. 여권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주말 세종을 방문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여야 간 합의를 이뤄 세종의사당 이전을 위한 설계 작업에 착수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여야 간 의견이 어느 정도 조율되고 있는 부처 소관 상임위 이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지난 4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야당 대표와 첫 만난 자리에서 국회법 개정안 처리부터 얘기하겠다"고 밝혔는데 아직까지는 그게 전부다. 막상 새 야당 대표와의 첫 만남에서는 국회법 개정안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여당 지도자들이 말로는 다 한다고 했는데 그 이후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 언제 야당 측을 만날 것인지, 6월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수도 이전을 위한 국민투표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오히려 논점이 흐려지고 있다. 집권 여당은 국회법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해놓고는 소극적이고, 제1 야당은 아직 당내 교통정리가 덜 된 인상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취임 직후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아직 입법 현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발언 이후로 감감무소식이다.

여야는 이미 두 달 전 6월 개정안 처리를 공언했고, 그 마지노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6월 국회에서 처리하려면 29일이나 다음 달 1일 열리는 본회의에 법안을 상정해야 한다. 하나 아직 국회법 개정안을 논의할 국회운영위의 위원장이 공석이고, 이번 주에는 운영위 일정도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박 의장은 여야 지도부에게 충분한 의견 교환과 처리를 당부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제 박 의장의 중재에 한가닥 희망을 걸어 보는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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