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에 폐업 위기 직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운영난 가중 불가피

"이젠 그저 자포자기하는 심정입니다."

13일 오후 12시. 대전 서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신모(54)씨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신씨는 "코로나19가 최악인 줄 알았는데, 상황이 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라고 인건비 부담에 따른 근심을 숨기지 않았다.

3년 전만 해도 직원 5명이 함께 했던 신씨 가게는 현재 직원 2명만 남아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가게 사정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어쩔 수 없이 직원 3명을 해고한 것이다. 일손이 부족할 땐 가족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내는 맞벌이에, 자녀 둘은 각각 취업준비생과 수험생으로 그마저도 쉽지 않다.

연달아 집단감염이 터지고 거리두기가 강화될 때마다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일단은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버텨보려 했었다. 수년 전 가게를 시작할 때 받았던 은행대출도 다시금 고려하고 있다는 게 신씨의 설명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일말의 희망이 있어서다.

하지만 돌아온 건 최저임금 인상이었다는 게 신씨의 푸념이다. 신씨는 "마음 한 켠엔 언젠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항상 품고 있었는데, 최저임금까지 오르니 이젠 버티고 싶은 의지도 사라졌다"며 "빚 때문에 당장 폐업은 어려워도 차라리 한두 달 휴업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덕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47)씨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씨가 아르바이트생 1명과 번갈아 가며 가게를 지키고 있는 시간도 벌써 1년이 넘었다. 24시간 돌아가는 편의점을 아르바이트생과 둘이 운영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지만, 각종 세금을 내고 나면 인건비를 지급할 여력도 없었기에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씨는 "편의점은 다른 유통업계와 비교해 코로나19 여파를 덜 받는다곤 하지만, 이미 포화상태인 편의점시장에서 올라가는 임대료와 최저임금을 이길 수 있는 점주는 아마 몇 손가락 안에 꼽기도 힘들 것"이라며 "인건비 부담 등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폐업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벼랑 끝에 서 있던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배가 되면서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6월까지 지역에서 폐업한 음식점은 807곳이다. 휴업 점포도 6602곳에 달한다. 총 1만 1825곳의 가게에서 6.8%가 폐업하고 55.8%, 즉 절반 이상이 휴업을 택했다.

외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 한 관계자는 "외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 소속 회원들 중 절반 이상은 소액이라도 대출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며 "코로나19에 최저임금까지 9000원대를 돌파하며 많은 분들이 심적 고통과 생계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자리도 없어 난리인 와중에 중년을 넘긴 음식점 사장님들은 현실적으로 일을 그만두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우려가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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