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20년 이상 끌어왔던 아프간전쟁에 종지부를 찍고 주둔 미군을 전원 철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군이 `야반도주`란 조소를 받으면서도 서둘러 발을 빼는 이유는 딱 하나, 이제부터는 `중국`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기 위함이다.

지난해 10월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미국과 대만 관계가 밀착되자 "필요하면 전쟁까지 불사"라는 초강경 메시지로 경고했다. 중국의 대만 무력공격은 미·중 간 전쟁 발발 가능성을 급속도로 높여줄 것이다.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질문이 제기된다. "미래에 만일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2034: 제3차 세계대전`은 미국과 중국이 대만을 둘러싸고 전쟁을 벌이는 시나리오를 묘사한 소설이다. `2034`의 핵심 메시지는 `미국식 예외주의`가 끝났음을 알리는 `백조의 노래`다. `백조의 노래`란 배우 등이 죽음이나 은퇴를 앞둔 최후의 공연을 말한다. `2034`는 미국이 `허약한 강대국`으로 몰락한 이유가 `무사안일`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례로 소설에서 중국은 미국의 그것을 뛰어넘는 사이버 능력을 보유한 국가로 묘사된다. 사이버 공간을 제압당한 미국은 전쟁 초반부터 수모를 겪게 된다.

3척의 전함으로 구성된 소함대의 사령관은 새라 헌트라는 여군장교다. 남중국해 일대에서 일상적인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던 소함대는 화재가 발생해 어려움을 겪는 중국 트롤선 `웬루이`호를 발견한다. 헌트는 `웬루이`호에 `최첨단 기술제품`이 탑재된 것을 발견한다. 이때 갑자기 중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정허(鄭和)`호를 비롯한 항모전단이 나타나 헌트의 소함대를 포위한다. 중국의 사이버 공격으로 미 전함과 인도·태평양사령부 및 미 본토와의 모든 통신이 두절된다. `정허`에서 발진한 항공기들이 미 구축함 2척을 격침시킨다. 이들을 구하려 2개 미 항모전단이 현장에 급히 달려오지만 역시 항모 2척을 포함한 37척의 전함이 중국군의 공격을 받아 침몰되고 수천 명의 수병들이 전사한다.

중국 동맹국인 러시아는 남중국해에서 전투가 벌어진 틈을 이용해 미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저의 10G 케이블`을 절단한다. 미 전역에서 대규모 정전 및 인터넷 먹통 사태가 발생한다. 이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 역사상 최초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여성 대통령은 `미국의 강인함`을 보이고자 중국의 항구도시 `잔장(湛江)`에 대한 핵공격을 승인한다. 핵폭탄이 떨어지면서 핵전쟁의 지옥문이 열린다. 이에 중국은 미국의 샌디에고와 갤버스턴을 전술핵무기로 보복한다. 미국 대통령은 상하이를 포함한 3개 도시에 대한 핵공격을 명령해 위기를 고조시킨다. 그 순간 인도가 개입한다. 인도군은 `정허`호를 격침시키고 중국 도시를 핵무기로 공격하려는 미군 항공기들을 격추시킨다. 용케 살아남은 1대의 항공기가 카미카제식으로 상하이에 자살공격을 감행해 3000만 명을 죽이며 폐허로 만든다.

`2034`에서 인도는 미국과 중국이 핵전쟁을 벌여 지구촌을 멸망시키는 최악의 사태를 막은 영웅으로 묘사된다. 뉴델리 평화협정이 체결되면서 전쟁은 끝난다. 인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 유엔본부를 뉴욕에서 뭄바이로 옮긴다. `2034`는 소설에 불과하지만 대만이 미·중 전쟁의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대목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미국은 지난 100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대재앙을 경험했다. 진주만 기습, 9·11테러, 코로나 팬데믹 사태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보의 실패`가 아닌 `상상력의 실패`다. 전쟁이란 합리적 결정이 아닌 감성적 판단의 산물이다. 상상력이 결핍된 미국과 중국이 `몽유병자처럼 전쟁 속으로 걸어 들어갈지(sleepwalk to war)`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미·중이 대만을 놓고 전쟁을 벌이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또한 중요한 상상력의 질문이다.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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