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 아파트 구입 비중 50% 육박 '전국 최고'
자이더시티 청약에 타지역서 20만 5804명 몰려

[사진=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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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가 투기꾼들의 놀이터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외지인의 아파트 구입 비중이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더해 청약 시장에서는 서울과 수도권 등 타 지역에 거주하는 수십만 명이 `로또` 당첨의 기회를 엿보는 등 과열 양상을 넘어 자칫 투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해 여당발 행정수도 완성은 메가톤급 호재로 작용하며 연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지역의 무주택 서민들의 상실감만 커지고 있다.

29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5월 세종지역 아파트 외지인 매입 비중은 48.6%로 나타났다. 세종지역 외지인 아파트 매입 비중은 올해 지속적으로 50% 내외로 나타났다. 1월 50.97%, 2월 48.41%, 3월 46.49%, 4월에는 49.87%였다. 아파트 거래의 절반이 외지인 손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세종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파트 외지인 매입 비중이 40%를 웃돌고 있다. 세종 다음으로는 충남(39.7%), 충북(35.8%) 등이 외지인 비중이 높았으며 수도권에서는 인천(35.8%)과 경기(29.2%) 등이 타 지역 거주자의 아파트 구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 시장에서 외지인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지난 28일 1순위 청약을 접수받은 세종 자이더시티에 외지인 18만 7564명이 몰린 것. 외지인 1만 8240명이 신청한 특별공급까지 더하면 세종 비 거주자 20만 5804명이 몰린 셈이다. 이에 따라 세종 자이더시티의 최종 경쟁률은 특별공급이 92.9대 1, 일반공급은 199.7대 1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세종 아파트에 대한 뜨거운 열기(?)는 행정수도 완성이란 호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7월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부처는 물론, 청와대까지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뒤 아파트 시세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세종시 아파트 가격의 누적 상승률은 매매가 기준 21.6%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가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르며 누적 상승률이 53.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국의 매매가(10.8%)와 전세가(9.7%)에 견줘 세종의 상승률이 각각 두 배, 다섯 배 높았다.

이처럼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높은 상태에서 가격마저 천정부지로 치솟자 세종 지역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뿐 아니라 아파트 공급 정책에 대한 불신마저 초래하고 있다. 세종은 전체 100가구 중 46가구가 무주택 가구로 지역민들도 주택을 공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파트 공급 물량 중 50%가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한 `기타 지역`으로 풀리고 있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직장인 A(세종시 반곡동·47)씨는 "세종에서 6년째 살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집 마련을 못하고 있다"며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매매로 구입하는 것은 부담이 커졌고, 공무원 특공이 사라져 분양 아파트에 기대를 걸었지만 경쟁률이 `로또급`으로 현재 자포자기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무주택 시민 B씨는 "청약에서 기타지역 50% 공급은 무주택 실수요자를 외면한 아파트 공급정책"이라며 "외부 투기세력의 영향으로 집값에 거품이 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지역 서민 몫이 된다. 외지 투기자본 유입을 근절시킬 수 있는 대안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세종 아파트 시장에 전매제한이 걸려 있다고 하지만 시세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투자하려는 사람들의 유입이 계속 늘고 있는 만큼 투기장으로 전락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맹태훈·임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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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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