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올림픽 사상 첫 `양궁 3관왕`에 오른 `국가적 영웅` 안산 선수가 느닷없는 비난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그녀의 개인 취향인 숏커트(짧은 머리)에 여대생이란 사실이 엉뚱하게 페미(페미니스트) 논란으로 옮겨 붙었다. "페미의 메달은 박탈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까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올림픽이라는 성대한 잔치를 이른바 `여혐` `남혐` 프레임으로 연결시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행태가 거세지는 느낌이다.남녀 갈등을 부추겨 특정 집단의 지지를 얻으려 하거나, 페미니즘 이슈를 상대방에 대한 정치적 공격 소재로만 활용하려는 자세에 기인한 모습이다. 국위선양에 나선 영웅에게 저열한 사상 검증을 요구하는 꼴이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안산 선수가 남혐 단어를 사용한 게 드러나면서 갈등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안산 선수가 남혐으로 치부되는 `오조오억` `웅앵웅`이란 단어를 쓴 적이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올림픽에 출전 중인 선수에게 짧은 머리나 특정 단어를 이유로 무조건 비난을 퍼붓는 게 과연 올바른 태도인가에 놓인다. 자신을 향한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새 역사를 쓴 안산 선수에게 많은 국민이 찬사를 보내는 이유와 맞닿는다. 정치권이 논쟁에 가세해 불을 붙이는 행태의 `국민적 일침`이다.

양 대변인의 주장엔 페미니즘에 비판적인 젊은 남성층의 지지를 받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정당 대변인과 유력 정치인들이 소모적 논쟁에 뛰어들어 젠더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사회 이슈에 편승해 인지도를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

안 선수의 숏커트 논란은 우리나라 내부를 넘어 외신들로부터 조롱에 가까운 비아냥을 듣고 있다.

일부 극단적 성향 네티즌들의 몰지각한 행동이 국격마저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머리카락 길이로 사상을 검증하려는 해괴한 작태는 당장 멈춰야 한다.

아닌 말로 안 선수가 숏커트에 여대생이란 사실이 우리에게 어떤 피해를 주었는가. 아니면 잠재적 범죄자라도 된다는 것인가. 대중이 집단적으로 유명인의 관점과 사상을 검증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관심을 가장한 대중의 폭력일 뿐이다.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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