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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훈 칼럼] 인형 마을처럼 안되려면

2021-08-05 기사
편집 2021-08-04 18:40:14
 곽상훈 기자
 kshoon0663@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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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유출 지방소멸 현실화
충청 5곳 등 전국 절반 이상
청년층 뿌리내릴 환경 중요

첨부사진1곽상훈 에듀캣·지방팀장
사람 인형(허수아비)이 마을을 지키는 곳이 있다. 주민들이 떠나 텅 빈 마을의 빈자리를 사람 크기의 인형이 지키는 일본의 나고로 마을 풍경이다. 이들 인형은 학교를 비롯해 마을 곳곳에 세워져 있다. 길을 걷는 여인에서부터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 과일을 따는 농부 등 제각각의 모습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다.

1950-60년대만 해도 이 마을은 병원을 비롯해 파친코 시설까지 있었지만 18년째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으면서 상점이 없어지고 유령마을로 변했다. 일본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사례다. 지방소멸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초저출산과 고령화·청년인구 유출이 심각하면서 지방소멸 현실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소멸위기에 처한 지자체가 2014년 79곳에서 2016년 84곳, 2018년 89곳에 이어 지난해에는 105곳으로 크게 늘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무려 절반 가까이 소멸위기를 겪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도시 집중화도 두드러져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청년층이 압도적으로 많이 옮겨갔다.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이 심화되고 이에 따라 지방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의 소멸위험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소멸위험 상위 10%에 충청권에서도 5곳이나 포함된 것은 심각성을 더해준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방소멸위험 지역이 더 늘면 늘었지 줄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실제 소멸고위험에 해당하는 지역이 2000년과 2010년 한 곳도 없었으나 2020년에는 22곳으로 늘어난 점만 보더라도 그렇다.

지방소멸의 가장 큰 원인으론 인구 유출을 꼽는다. 이어 결혼연령과 출산연령 상승, 저출산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인구유출과 초저출산율의 영향 탓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수도권 집중화도 지방소멸을 재촉하는 원흉이다. 학업과 직업을 찾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청년인구의 유출은 이러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방정부가 청년들의 삶의 질과 정주 여건 개선을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 이유다.

지방소멸을 극복하려는 지자체의 노력도 가상하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산업단지를 만들어 지방소멸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인구감소를 줄이는 대신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다른 지자체는 출생률을 높여보겠다며 출산장려금을 3000만 원까지 지급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아이 낳고 기르기가 만만치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만 4살이 될 때까지 매월 60만 원씩 지원받는 건 가게에 큰 보탬이 될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정부나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붙고도 출산율이 하락한 저출산 정책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도 올 하반기 인구감소지역을 지정,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면 교통,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 설치와 학교, 문화시설, 농림·해양·수산업 생산기반 확충, 노후주택 개선 등의 사업을 지원한다. 일부에선 저출산 정책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예산을 들인다 한들 지역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방소멸이 해당 지역의 인구가 아예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산업이 쇠퇴하고 청·중년층 인구가 유출돼 인구 과소화, 초고령화, 기반시설의 정비가 어려워지면서 도시의 자족기능이 상실되는 걸 우려하는 것이다. 지방이 소멸되면 국토의 균형 성장은 불가능하고, 국가의 행정 체제와 경제 기반조차 붕괴될 수 있다. 초저출산, 인구유출과 고령화로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에서는 청년이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방을 멋지고 살만 한 공간으로 만들면 사람은 자연히 모여든다.

곽상훈 에듀캣·지방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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