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입당 후 휴가 이용해 개인적 충청권 방문...김동연, 제 3지대 기성정당과 단일화 염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충청권 대망론으로 주목받는 범야권 주자들의 서로 다른 행보에 민심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내년 대선판이 거대 양당 체제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제 3지대 불씨`를 당겨 대선판을 흔들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 한 김 전 부총리가 제 3지대 출마 가능성을 재차 시사하면서 중도 진영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들이 정권교체 플랫폼으로 국민의힘을 택하면서 제 3지대는 동력을 상실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보수와 중도, 이탈한 진보세력까지 아울러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장외 독자행보를 접고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이런 시각은 더욱 뚜렷해졌다. 그러나 충청대망론으로 부상한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또 다른 충청대망론 주자인 김 전 부총리에게는 `전환점`이 됐다. 제3지대에 홀로 남은 김 전 부총리의 몸값을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하는 셈이다.

윤 전 총장 입당 이후 곧바로 이달부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김 전 부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당(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락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흙수저 출신·충청대망론·경제전문가라는 3대 요소가 강력한 스토리텔링의 경쟁력을 갖게 한다. 문재인 정부 관료 출신이지만 최저임금 문제를 놓고 여권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현 정부와 각을 세웠다는 점도 보수·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제3지대`를 계속해서 유지해나갈 수 있느냐가 문제다.

조직과 세력이 없는 정당은 유권자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현실론이 가장 큰 압박이다. 유권자들이 자신을 대변할 힘이 없는 약소 정당을 지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윤 전 총장이 예상보다 일찍 국민의힘 입당을 결정한 배경이나,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의 통합에서도 주도권을 놓친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문제는 인지도에 비해 낮은 지지율이 제3지대를 띄우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미미한 지지율로는 거대양당 후보를 꺾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윤 전 총장이 휴가기간 동안 충청권 방문을 계획했었던 점도 김 전 부총리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대선 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철회에 따른 `제3지대 실패` 학습효과로 리스크가 큰 제3지대에 국회의원들이 몸을 실어 모험을 할 가능성 역시 낮다.

이 때문에 김 전 부총리가 기성정당과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거대양당의 경선에 참여해 낙마하기 보다는 제3지대에서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린 뒤 본선에 직행해 단일화를 시도하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부총리는 한 라디오에서 "정권 교체보다 더 중요한 건 정치세력의 교체, 또는 의사 결정 세력의 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정치 교체`를 내세운 양비론(兩非論)으로 읽혀질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여야 어느 정당과도 단일화 국면에서 손을 잡을 수 있는 여지를 둔 양시론(兩是論)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서울=백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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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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