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근로자 급증속 어음부도율은 전국 최고 수준
코로나 장기화 자영업 부진…상가 공실률 증가세

[그래픽=대전일보DB]
[그래픽=대전일보DB]
대전 지역의 경기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고용의 질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다 어음부도율은 전국 최고 수준의 증가세를 기록하며 기업의 어려움을 방증했다. 더욱이 지역경제의 첨병으로 여겨지는 소상공인의 판매부진은 상가공실로 이어져 상권 곳곳이 깊은 상처로 시름하고 있다.

11일 충청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대전지역 고용률은 61.6%, 취업자수는 79만 4000명으로 전년 동월(60.6%·78만 명)보다 1.0% 포인트, 1.9% 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실업률은 2.2%로 지난해 동기간(5.0%)보다 2.8% 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일자리 증가를 비임금근로자와 임시근로자가 견인하며 고용의 질은 되려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달 대전지역 비임금근로자는 16만 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15만 1000명) 대비 8.9% 늘었다. 임시근로자는 15만 3000명으로 전년 동기(13만 8000명)보다 10.9% 증가했다.

반면, 상용근로자는 44만 7000명으로 0.6% 감소세를 기록했다. 무급 또는 임시로 일하는 근로자는 늘고 정규직 일자리는 감소한 셈이다.

주 36시간 미만 근무하는 단기근로자는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기근로자는 18만 5000명으로 전년 동기(16만 1000명)보다 15.2% 증가한 반면, 주 36-52시간 근무자는 49만 6000명으로 지난해보다 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는 얘기로 고용 시장 부진에 따른 경기 둔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대전지역 어음부도율도 크게 늘어났다. 한국은행 대전충남지역본부가 분석한 지난 6월 대전 어음부도율은 1.26%로 한달 새 5배 넘게 늘었다. 이는 기타사업 관련·농업수렵 관련 서비스업종 등의 업체를 중심으로 거액부도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지난 5월 대전 어음부도율은 0.22%에 불과했다. 6월 대전지역의 어음부도율은 광주(3.94%)와 대구(3.88%)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어음부도율이 높아진 것은 지역 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로 인해 어음이 현금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음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고 도산하는 기업이 늘면 그만큼 어음부도율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

소상공인들의 부진도 크게 우려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2분기 시도 서비스업생산 및 소비판매 동향`을 살펴보면 대전지역의 소비판매지수는 103.6으로 전년 동기보다 4.3% 낮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울산(-5.8%)과 전북(-5.1%)에 이어 세번째로 감소율이 컸다. 업종별로는 슈퍼·잡화·편의점(-13.4%), 승용차·연료소매점(-6.1%), 전문소매점(-2.7%) 등의 순으로 판매가 부진했다. 이에 따라 지역 소상공인들이 느낀 체감경기지수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대전 지역 소상공인들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32.4로 전월대비(57.7) 25.3 포인트 낮았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2001년 7월) 이후 지난해 3월(28.4)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수치이다. BSI는 100 이상은 경기 호전, 100 미만은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경기 부진은 상가 공실로 빠르게 전이됐다.

올 2분기 대전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분기(13.9%) 보다 0.4% 포인트 증가한 14.3%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평균(13.1%)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둔산(16.4%), 복합터미널(13.6%), 용문·한민시장(10.9%), 유성온천역(11.9%) 등 핵심상권 모두 두자릿 수의 상가공실률을 기록했다. 특히 원도심의 공실률은 21.7%로 가장 높은 모습을 보였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전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 도시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며 과거보다 타격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대면서비스업이 받는 피해가 커지며 고용의 질은 자연스레 나빠지고 있다. 산업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없는 만큼 자치단체 등이 나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문·임용우·정민지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임용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