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국회 세종의사당법` 처리에 소극적으로 일관하던 국민의힘이 입장을 선회한 배경은 대선을 앞두고 충청 표심을 염두에 둔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긴 터널을 지나오던 국민의힘에게 `정권교체`의 한 줄기 빛이 드는 상황에서 대선 `캐스팅보터`인 충청 지역을 외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다.민주당 유력 대선주자들이 다음달 4일부터 실시되는 첫 경선지인 `충청 러시`에 나서며 세종의사당법 통과를 약속하는 상황이 국민의힘에게는 큰 압박으로 작용했을 수 밖에 없다. 9월 대선국면 목전에서 민주당의 법안 단독 처리가 현실화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고, 충청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했을 수 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법안을 마련하겠다"며 충청 민심을 달래려 한게 방증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국민의힘 입장에서 세종의사당법은 끌려갈 수 밖에 없는, 혹은 끌려가야만 하는 현안이다. 철저히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절대의석을 무기로 단독 입법에 나서는 민주당이 있고, 시대적 상황과 국민적 공감대 측면 등 모든 명분에 막혀 반대 논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더군다나 대선을 앞두고 충청 민심을 살필 수 밖에 없는 처지 등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내몰렸다. 이런 기류로 인해 번번이 실패했던 상임위 소위 통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점쳐졌고, 실제 실현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딜레마가 읽혔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모처럼 유력 대선주자를 내세운 상황에서 충청 민심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 여기에 유력주자가 충청대망론으로 거론되는 인물. 이런 상황과 인물로 `선택의 시간`에 내몰릴 수 밖에 없었던 국민의힘은 충청 민심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완전한 합의가 아닌 추후 여지를 남길 수 있는 바로 `그 접점`을 찾아야했다. 그 지점이 바로 `국회 분원` 개념 강화로 귀결된 듯 하다.

어쩔 수 없이 법안 통과를 승인했다면, 대선이 끝난 이후에는 `이전 규모`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모른다. 일단 국민의힘은 `이전 규모`를 놓고 다시 싸울 수 있는 무기 확보 차원의 포석을 깔아뒀다. 하지만 세종은 민주당의 전유물도 아니고, 그렇기에 정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국민의힘은 다시 한번 깨달았으면 한다.

백승목 서울지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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